- 대법원 자정 기대할 수 있나 -
판사비리 은폐하고 말바꾸고
꼬리 자르기식 해명에 급급
일부 시민단체 검찰고발 검토
감사 지휘권, 법원행정처장에
법관징계위원장은 대법원장
“대법원장에 보고 안됐을 가능성 제로”
판사비리 은폐하고 말바꾸고
꼬리 자르기식 해명에 급급
일부 시민단체 검찰고발 검토
감사 지휘권, 법원행정처장에
법관징계위원장은 대법원장
“대법원장에 보고 안됐을 가능성 제로”
법관의 비위사실을 은폐했던 대법원이 ‘거짓 해명’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젠 자정을 기대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 등에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관련자들에 대한 고발도 검토하고 있어, 검찰 수사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대법원은 <한겨레> 보도로 이 문제가 불거진 뒤 ‘꼬리 자르기’식 해명을 내놓으며 상황을 모면하는 데만 급급해왔다. 애초에 받은 적 없다고 했던 비위사실 통보도 검찰에서 송부한 것으로 확인되자 “받기는 했다”고 말을 바꿨고, 은폐 의혹이 제기되자 “검토해서 엄중 경고했다”고 마지 못해 물러섰다. 그러나 경고 대상인 문아무개 판사가 “경고받은 기억이 없다”(<한겨레> 6월16일치 1면)고 대법원의 해명을 뒤집으면서 이제는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16일 아무런 추가 입장이나 진상 규명 계획 같은 것을 내놓지 않았다.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살피면서 시간을 흘려보내는 모양새다. 한 법원행정처 출신 변호사는 “대법원은 해명이 또다른 의혹을 낳는 상황이라 일단 침묵하면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여론의 흐름을 봐가면서 대응 수위를 조절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대법원이 이처럼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시간 끌기를 하는 이유는 양승태 대법원장 때문으로 분석된다. 법원행정처 내부, 특히 양 대법원장의 ‘통치 스타일’을 잘 아는 사람들은 “문 판사의 비위사실이 통보된 뒤 대법원장에게 보고가 안 됐을 가능성은 제로(0)”라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임종헌 차장이 혼자 알아서 뭉갠다?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다시 말해 이 문제의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양 대법원장이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여론의 압력에 밀려 진상조사가 이뤄진다 해도 지금의 대법원에 맡겨서는 진실 규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대법원에서 감찰 기능을 갖는 곳은 윤리감사실인데, 지휘자는 대법원장 바로 아래인 법원행정처장이다. 처장은 법관징계 청구권도 갖고 있는데, 법관징계위원회의 위원장이 대법원장으로 돼 있다. 비위사실 은폐·거짓 해명 의혹의 정점에 대법원장이 있다고 의심받는 상황에서 ‘셀프 감찰’을 피할 수 없는 구조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이번 비위사실 은폐 의혹은 법관을 감독한다는 행정처가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라며 “대법원이 원장 1인 지배체제로 운영되는 한 앞으로도 이런 일은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의혹의 확산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은 19일 열릴 예정인 전국법관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판사들이 진상 규명과 양승태 대법원장의 책임을 거론하고 나서면 사태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이와 별도로 몇몇 시민단체에선 다음주 임종헌 차장 등 이번 은폐 의혹 관련 인사들을 직무유기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고발할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검찰 수사로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일반론이지만 감찰을 개시하지 않고 고의로 뭉갰다면 직무유기, 비위사실을 알고도 사직하고 나가도록 묵인했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당사자인 문 판사에게 비위통보 사실을 알려줬다면 공무상 비밀누설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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