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경기도 고양시 호수공원 인근에 ‘꽃마차’를 끄는 말들이 손님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32도까지 오르면서 전국 곳곳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19일 낮, 서울 중구 충무로에 일렬로 늘어서 있는 동물판매업소의 전면유리창에도 뜨거운 햇볕이 내리쬈다. 판매를 위해 전면유리창 가에 진열된 반려동물들은 속절없이 직사광선에 노출돼 있었다.
40여 마리의 반려동물이 있는 한 애견샵 내부로 들어가 보니, 실내는 에어컨을 틀어 시원했지만 반려동물이 놓여있는 케이지 안으로는 에어컨의 냉기가 전달되지 않았다. 1㎝ 남짓한 케이지의 문틈을 빼고는 사방이 막혀있는 유리 케이지였기 때문이다. 다른 점포도 사정은 비슷했다. 일부 점포들은 전면유리창을 통해 날아드는 직사광선을 막아줄 그늘막을 반려동물들 유리 케이지에 설치해두기도 했다. 그러나 이 그늘막조차도 직사광선을 막기엔 턱없이 작은 수준이었다. 동물판매업소를 관리하는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동물판매업소에) 햇빛을 가려줄 그늘막을 펼치라고 지시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꼭 설치해야 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연일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더위를 피하지 못하는 동물들은 더욱 가혹한 여름을 나고 있다. 유리로 된 케이지에 갇혀 더위를 버티고 있는 동물판매업소의 반려동물들이나, 더운 날씨에도 꽃마차를 끌며 학대당하는 말이 그 예다.
낮 최고 기온이 32도까지 올랐던 지난 22일, 경기도 고양시 호수공원 인근에는 말이 끄는 ‘꽃마차’ 두 대가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늘 하나 없는 야외 주차장 입구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말의 주변에는 물이 담긴 물통조차 없었다. 말 옆에 당근 꼬치들이 놓여있긴 했지만, 이마저도 손님들이 돈을 주고 먹이 주는 체험을 할 때 사용하는 먹이였다. 말들은 더위에 지친 듯 연신 헉헉댔다. 앞서 지난 17일 동물권단체 케어는 성명을 내고 “대부분의 꽃마차 주인들이 운행 중 배설을 막기 위해 식수와 먹이를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더위에 장시간 노출된 말들이 아스팔트 위에서 무거운 꽃마차를 끄는 행위는 명백한 동물 학대”라고 비판한 바 있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는 동물판매업소가 지켜야 할 ‘영업자의 준수사항’이 규정돼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고 ‘모든 동물은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사육, 관리하여야 한다’라는 포괄적 규정만 있다. 임영기 케어 사무국장은 “무더위 속에서 상품 진열하듯 생명을 전시하는 것이나, 말들이 무거운 꽃마차를 끄는 행위는 모두 동물 학대로 볼 수 있다”며 “정부가 동물 판매업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겠다지만, 근본적으로 생명윤리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황금비 기자, 최소연 교육연수생
with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