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때 담뱃값 500원 인상 논의 하자
당시 박근혜 대표 “국민이 절망하고 있다” 반대
대통령 되자 “국민 건강” 내세워 2천원 올려
누리꾼 “꼼수 써가며 서민 호주머니 털더니
국민에게 반성하고 사과하는 게 순서” 비판
1월30일 서울 종로구 한 편의점에서 시민이 담배를 고르는 모습. 연합뉴스
담뱃값을 인상했다가 다시 내리겠다고 나선 정치권의 오락가락 행보에 누리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자유한국당이 담뱃값을 2000원 내리는 ‘담뱃세 인하법안’을 발의한 데 대해, 누리꾼들은 27일 “유체이탈 정당”, “문재인 정부 세금을 부족하게 만들겠다는 의도”, “후안무치한 정당”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이 26일 발의한 담뱃세 인하법안은 지방세법과 국민건강증진법, 개별소비세법 개정안 등 3가지로 구성돼 있는데, 담뱃값 2000원 인하와 2년마다 물가상승분을 반영토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이제 와서 담뱃값 인하를 들고나온 것은 문재인 정부의 ‘증세’ 발목잡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을 ‘표적 증세’로 몰아세우면서, 자신들은 ‘서민 감세’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이같은 ‘설정’이 잘 먹혀 들지 않는 모양새다. 더구나, 담배값을 둘러싼 자유한국당의 태도 바꾸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오히려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정부가 담뱃값 인상안을 발표한 2014년 9월11일 오전 서울 공덕동의 한 담배 소매점에서 종류별 담배갑들이 진열되어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담뱃값 인상 논의는 노무현 정부 때에도 있었다. 노무현 정부가 2005년 9월 담뱃값을 500원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하자,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소주와 담배는 서민이 애용하는 것 아닌가, 국민들이 절망하고 있다”며 담뱃값 인상을 반대했다. 하지만 10년 뒤 대통령이 되자 ‘국민 건강’을 내세우며 2015년 1월1일부터 담뱃값을 2000원이나 인상했다.
박근혜 정부가 담뱃값을 인상한 데는 세수 부족이 가장 큰 이유였다. ‘증세없는 복지’ 기조 탓에 세수가 부족해지자 담뱃값 인상을 통해 사실상의 서민 증세를 단행한 것이다. 정부는 담뱃값을 올리면 담배를 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담배 소비량이 줄어드는만큼 국민들의 건강이 좋아진다는 논리를 폈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담뱃값 인상으로 2조7800억원 가량의 세수 증가를 예상했다. 결과는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어 2015년 3조5276억원, 2016년 5조3856억원이나 더 걷혔다.
당시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담뱃값 인상은 서민 증세라며 반대하다가 결국 2015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인상에 합의했다. 새정치연합은 처음에는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세수 부족을 메우려는 꼼수”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2005년 때와 입장이 바뀐 셈이다. 하지만 실제 협상과정에서 담뱃세 인상 폭이 아니라 담뱃세로 늘어난 예산을 어디에 쓸지에 매달렸고, 그 결과 개별소비세(신설)의 20%를 소방안전교부세(신설)로 돌렸다. 야당도 당시 담뱃세 인상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담배 판매량이 담뱃값 인상 전인 2014년 43억5천만 갑에서 담뱃값을 인상하면 28억7천만 갑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담뱃값을 2000원 올리면 소비량이 34% 감소될 것”이라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를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담배 판매량은 담뱃값 인상 첫 해 2015년 33억3천만 갑으로 줄었을 뿐, 이듬해인 2016년 36억6천만 갑으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17억2천만 갑을 넘겨 연말에는 지난해 보다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누리꾼들은 자신들이 집권했을때는 꼼수를 써가며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더니 야당이 되니까 정책 발목을 잡으려고 세금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며 자유한국당을 비판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담배값 올려서 최순실이 도와주더니 이제 정권바꼈다고 저러는 것 보라”(희망***) “법안 발의하기 전에 반성과 사죄부터 해야하는 게 순서이고 도리다”(초콜***) “자기들이 올려놓고 자기들이 내리겠다니 속내가 훤히 보인다”(Obs****) “포퓰리즘이라는 단어는 이럴때 쓰는 것”(arc*******)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