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면담 위해 춘천서 대중교통 이동
“30년 법정서 사실심만 해온 판사 수준 보여드릴 것”
수행원 없이 소탈한 차림에도 강한 자신감 드러내
김명수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가 양승태 대법원장을 만나러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김 후보자는 강원 춘천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에 와 지하철로 이동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김명수(58·사법연수원 15기)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가 사법부 수장 후보로 지명된 지 하루 만인 22일 ‘평범한 파격’으로 눈길을 끌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양승태(69·2기) 대법원장과 면담을 하기 위해 대중교통으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를 찾았다. 춘천지방법원장인 김 후보자는 근무지인 춘천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동서울터미널로 이동한 뒤, 다시 지하철을 이용해 청사에 도착했다. 하늘색 넥타이를 맨 가벼운 정장 차림에 서류가방을 든 소탈한 차림이었다. 별도 수행원을 두지 않아 대법원 쪽도 김 후보자가 도착하는 시점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법원장 업무 수행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자신감과 함께 강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양 대법원장 면담에 앞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에게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있지만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으면 시작을 안 했을 것”이라며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또 56년 만의 ‘비대법관 출신 대법원장 후보’란 지적을 의식한 듯 “저는 31년5개월 동안 사실심(1·2심) 법정에서 당사자들과 호흡하며 재판만 해온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어떤 수준의 모습인지를 보여드리겠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새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인 ‘사법개혁’을 책임지게 된 데 따른 부담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판사로서 지금까지 제 평판에 크게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되면서) 분에 넘치는 기대와 상당한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 역할의 중요성이나 대법원장의 위치에 비춰보면 (그런 기대와 우려는) 충분히 이해가 될 만한 내용”이라며 “기대엔 부응하고 우려는 불식하는 청문회를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법관들의 성향을 분석해 관리해왔다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과, 이와 관련해 현직 판사의 단식 사태까지 벌어진 상황에 대해서는 “청문회 절차에서 자세히 말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날 양 대법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판사 블랙리스트’ 문제를 논의할지를 묻는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김 후보자가 품고 있는 ‘사법개혁 로드맵’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이날 양 대법원장 면담을 시작으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팀을 꾸리는 등 본격적인 청문회 준비에 들어갔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