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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여성 담배 광고’ 못하게 하는 담배사업법은 성차별”

등록 2017-10-12 14:16수정 2017-10-12 15:14

청와대 게시판에 법 개정 요구 게시글
“여성은 흡연하면 안 된다는 인식 바꿔야”
현행법은 여성 대상 매체에 광고도 못하고
여성 대상 행사 후원 광고도 금지하고 있어
담배 광고에 여성을 묘사하거나 담배 광고를 여성 잡지에 게재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담배사업법이 성차별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여성만이라도 담배로부터 보호하자’식으로 해당 조항이 들어갔을 것이다.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여성혐오 요소가 담긴 담배사업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청원 게시자는 “여성을 청소년과 함께 담배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약자로 매도하는 ‘여혐(여성혐오) 법률’”이라며 “여성을 담배 피우면 안되는 존재로 인식하게 하므로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0년 1월27일 마지막으로 개정된 담배사업법 시행령은 담배에 관한 광고를 게재할 수 있는 정기간행물 대상에서 ‘여성 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것을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여성 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에 후원해 광고하는 행위도 금하고 있다. 담배 광고에서 여성 또는 청소년을 묘사해서도 안 된다.

게재 가능 정기간행물 대상에서 여성을 제외한 조항은 1988년 12월31일 시행령 제정 때부터 있던 조항이다. 여성을 광고에 묘사하지 못하게 한 내용은 2001년 6월30일 개정되면서 포함됐다. 담배 제조업자나 수입판매업자가 이 조항을 어길 경우 담배사업법 제25조 제2항 위반으로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별도로 1~3개월 영업정지의 행정처분도 부과될 수 있다.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의 국내 담배 광고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의 국내 담배 광고
담배업체들은 현행법에 맞게 남성 잡지에만 광고를 내고 있다. 외국산 담배업체 가운데 가장 점유율이 높은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는 “<맥심>, <지큐(GQ)> 같은 남성 패션잡지와 주로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자동차나 골프 전문지에 광고를 집행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시행령 내용에 대해 ‘구시대적이고 성차별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 교수는 “금연 광고에는 여성이 등장하는데 담배 광고에는 등장할 수 없다. 여성이 주체적으로 흡연을 해선 안 된다는 인식이 깔린 논리”라며 “사회적으로 여성 흡연을 남성 흡연보다 부정적으로 보는 건 여성의 몸을 재생산의 도구로만 바라보는 인식이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핀브랜딩그룹과 필립 모리스 인터내셔널의 국외 담배 광고
핀브랜딩그룹과 필립 모리스 인터내셔널의 국외 담배 광고
5년째 담배를 피우는 여성 흡연자 권아무개(25)씨는 “기호품을 선택할 개인의 자유는 물론이고 소비자로서의 권리마저 무시당하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10년차 여성 흡연자 이아무개(30)씨는 “이 시행령은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존재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라며 “담배 광고에 등장하는 남성들의 이미지가 하나같이 남성미를 뽐내고 있는 걸 보면 담배를 남성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담배사업법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출자관리과 관계자는 “담배광고는 금연의 필요성과 흡연의 자유 사이에 있다. 복잡한 문제”라며 “당시에는 ‘여성만이라도 담배로부터 보호하자, 여성 잡지만이라도 담배광고를 막아보자’는 식으로 해당 조항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시행령에 대해 공식적인 문제 제기가 없었지만 최근 이 문제가 쟁점화될 조짐이 보여서 의견을 수렴해 제도 개선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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