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낮 서울 마포구청 앞 공터에서 열린 마포공동체라디오(마포FM) <귀로 만나는 세상> 공개방송에서 시각장애인 김규백(65)씨가 색소폰 연주를 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오늘의 라이브’ 코너를 진행하는 지준연입니다.”
라디오 코너의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자, 지준연(63)씨의 손가락도 덩달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각장애 1급인 지씨는 손가락 끝으로 점자 대본을 읽으며 오프닝 멘트를 시작했다. “오늘은 직접 게스트분들이 출연하셔서, 라이브로 여러분들께 노래를 들려드릴게요.” 지씨의 멘트에 맞춰 시각장애인 김규백(65)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 <가는 세월> 색소폰 연주를 시작했다. 1분 남짓한 연주가 끝나자, 곳곳에서 “멋있다!”는 함성과 함께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26일 낮 서울 마포구청 앞 공터에서 마포공동체라디오(마포FM) 프로그램 <귀로 만나는 세상> 공개방송이 열렸다. 3평 남짓한 공개방송차량에서 1시간동안 이어진 이번 프로그램은 시각장애인들 10여명이 직접 디제이(DJ)와 게스트를 도맡아 진행했다. <귀로 만나는 세상>에서 ‘오늘의 라이브’ 코너를 진행한 지준연씨는 “오늘 날씨가 쌀쌀해 손가락이 굳어서 점자 대본을 잘 못읽을까봐 걱정을 했다”면서도, “여러 번 되풀이해서 멘트 연습을 하다보니 잘 마무리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귀로 만나는 세상>은 지난 3월 마포공동체라디오 이유진 피디(PD)가 시청자미디어재단 공모사업에 지원하면서 시작됐다. 이 피디는 마포점자도서실을 통해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할 시각장애인 10명을 섭외했고, 지난 7월부터 총 11번의 교육을 거쳐 라디오 공개방송을 준비했다. 이 피디는 “미디어 강사분들과 함께 ‘주파수를 맞춰 라디오를 듣는 법’부터 시작해서 ‘라디오 대본 쓰는 법’, ‘마이크 앞에서 발성하는 법’등을 모두 교육했다”며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읽으면서 말하는 것은 비장애인이 눈으로 글을 보고 읽는 것보다 속도가 느려서, 대본을 거의 외우는 수준까지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들이 직접 만든 라디오 대본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마포지회 마포점자도서실의 도움으로 점자 대본으로 만들어졌다.
26일 낮 서울 마포구청 앞 공터에서 열린 마포공동체라디오(마포FM) <귀로 만나는 세상> 공개방송에서 ‘오늘의 라이브’ 코너를 맡은 지준연(63)씨가 점자 대본을 손으로 읽으며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귀로 만나는 세상>은 이번 공개방송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제작에 참여한 시각장애인들은 모두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홀로 ‘인생의 음악’이라는 코너를 진행한 윤영준(59)씨는 대사를 모두 외워 능숙하게 코너를 진행해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노래 선곡부터 대사까지 모두 직접 준비했다는 윤씨는 “실제로 마이크 앞에서 방송을 하니까 많이 떨렸다”면서도 “그래도 무대에서 사람들이랑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이 들어 재밌었다”고 했다. <귀로 만나는 세상> 공개방송은 오는 28~29일 마포공동체라디오를 통해 송출된다.
글·사진 황금비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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