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교사 성희롱 매년 증가세
교육부 교직원 연수 자료 일방향
교사는 가해자, 학생은 피해자로
전문가 “현황 파악해 대책 세워야”
교육부 교직원 연수 자료 일방향
교사는 가해자, 학생은 피해자로
전문가 “현황 파악해 대책 세워야”
“수업 중에 여자 이야기만 나오면 자기들끼리 ‘(가슴) 크냐?’ 이거부터 쑥덕거려요.”
경남의 한 남자고등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4년차 교사 ㄱ(31·여)씨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모멸감을 느낀다고 한다. 수업 중에 자다 일어나 화장실에 가겠다며 일어서는 학생도 무례하지만, “왜? 섰냐?”라며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는 일도 부지기수다.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빠져나가기도 전에 체육복을 갈아입는다며 교복부터 벗는 일도 하루이틀이 아니라고 한다. ㄱ씨는 “성적 모멸감을 느끼지만 학생들에게 내가 어떻게 보였으면 이런 말을 들을까 싶어 스스로 자책하게 되는 일이 많다”며 “문제제기를 해도 학교에선 들어주지 않을 테고, 교사가 학생들 앞길 막으려고 든다는 학부모들 항의만 받을 것 같아 속으로 끙끙 앓기만 한다”고 말했다.
교육 현장에선 ㄱ씨가 겪은 일은 이미 흔한 일이라고 한다. 초등학교 교사인 ㄴ(38·여)씨는 “요즘은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덩치가 크고 2차 성징이 오는 경우가 많아 초년차 여교사들은 가급적 배치하지 않는다”며 “웬만한 여교사라면 학생들로부터 언어적 성희롱 등을 경험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교육부 집계를 보면, 학생이 교사를 성희롱한 사건은 2013년 62건, 2014년 80건, 2015년 107건, 2016년 112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84건이 접수됐다. 학생에 의한 교사 성희롱 사건 가운데 신고에 이른 경우가 극소수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증가세가 눈에 띈다.
그러나 교육부의 대처는 현실을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전체 교직원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교직원 성비위 예방 연수’가 대표적이다.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는 교사, 피해자는 학생으로 전제하고 있다. 실제 교육부가 각 학교에 내려보낸 교육 내용 자료를 보면, 교육 현장에서의 성폭력 사건을 막기 위한 금지사항으로 ‘학생들과 불필요한 신체접촉’, ‘학생을 성적인 호칭으로 부르는 일’ 등을 들고 있다. 또 성폭력 사건 신고 방법과 처리 절차도 피해 학생을 위한 ‘심리상담 및 조언’, ‘임시 보호’와 가해 교직원에 대한 ‘직무 배제’, ‘수사 개시 통보 즉시 직위 해제’ 등으로 이원화돼 있다. 교사가 성폭력 피해자가 되는 경우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이 없다.
한 중학교에서 성교육을 담당하는 보건교사 박아무개씨는 “성교육 시간에도 교사가 가해자고 학생이 피해자인 경우만 가르치도록 돼 있다”며 “피해자가 누구건 교육 현장에서 성폭력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 내용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실제로 학생들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해 상담을 받는 교사들이 많은데, 그들 대부분이 학교에 문제제기하는 것을 꺼려한다”며 “교육행정당국이 실태조사에 나서 전국적으로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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