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반대 선언 참여’ 이유만으로 지원 배제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연구비’ 미끼로 사실상 탄압
“VIP(박근혜 대통령)도 국정 교과서 직접 언급” 강조
보수 성향 ‘국정화 지지’ 학자한테 ‘묻지마 연구지원’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연구비’ 미끼로 사실상 탄압
“VIP(박근혜 대통령)도 국정 교과서 직접 언급” 강조
보수 성향 ‘국정화 지지’ 학자한테 ‘묻지마 연구지원’
이전 정부에서 연구비 지원을 미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연구자를 배제하고, 찬성하는 인사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온 사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는 당시 블랙리스트 작성에 개입한 교육부의 ‘윗선’과 청와대 관계자 등을 검찰에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30일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추진단) 기획팀이 지난해 1월18일에 작성한 ‘역사분야 학술연구지원 관련 보고서’를 보면, 추진단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여론이 매우 큰 역사학계에 (국정화) 정책 지지 저변을 확대하는 한편, 역사학계의 편향된 연구지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적시했다.
지난해 교육부 학술연구지원 사업의 연구 주제와 세부시행계획이 확정된 시점은 3월이다. 연구과제 및 연구자 선정은 7~8월에 이뤄졌다. 6171억원 규모의 ‘2016년 학술연구지원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에 앞서, 이미 1월부터 추진단이 ‘국정화 찬성’을 연구지원 기준으로 제시했다는 뜻이다. 추진단은 보고서에서 “올바른 역사교과서(국정 교과서)에 대해 브이아이피(VIP·박근혜 대통령)께서 직접 언급하고 있다”며 “역사 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교과서를 새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사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는 학술연구 기반도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학술연구지원사업에 대한 청와대의 개입은 같은 해 7~8월 과제 및 연구자 심사 과정에서도 이뤄졌다. 7월26일 추진단의 ‘역사분야 학술연구지원사업 공모 결과 검토’ 보고서를 보면, 청와대는 국정화 반대 연구자 배제 방침과 함께 △연구과제가 두 개 이상 접수된 분야(7개)의 경우 국정화 반대 연구자를 우선 배제 △국정화 반대 선언에 참여한 연구자가 단독으로 접수한 분야(6개)의 경우 협조가 필요한 연구자 일부는 선정 가능 △국정화 반대 연구자가 단독으로 접수한 분야라도 과반을 넘지 말 것 등의 세부 지침을 추진단에 내려보냈다.
‘청와대의 뜻’은 지난해 학술연구 지원자 선정 결과에 그대로 반영됐다. 연구과제 공모에 지원한 30명의 연구자 가운데 국정화에 반대한 연구자는 거의 모두 탈락했다. 지난해 7월 추진단의 학술연구지원사업 공모 결과 보고서에서 ‘블랙리스트’로 지목된 정재훈 경북대 교수는 2015년 10월 일찌감치 한국사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를 주도했다가 ‘미운털’이 박혔다. 그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대구·경북지역 역사학 전공 교수’(40명)의 한 명으로 “박근혜 정권은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시도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추진단은 보고서에서 그의 이름 옆에 ‘반대 선언 참여’라는 사실을 표시했다. 그는 연구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송호정 한국교원대 교수, 강인욱 경희대 교수 등도 같은 이유로 탈락했다. 최병택 공주대 교수와 백은진 고려대 강사는 ‘국정교과서 반대 토론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 최 교수는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2015년 교육부가 의뢰한 교과서 국·검정 구분안 고시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교육부와 달리 검정제가 옳다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며 “특정 가치관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학술지원 사업에서 배제하는 것은 학문의 자유를 위협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지 않았거나 추진단이 “적극 협조”로 분류한 연구자는 모두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 추진단은 공모 대상 연구분야에 지원한 30명의 연구자를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반’에 따라 ‘◎’(적극 지원), ‘○’(지원), ‘빈칸’(지원 불가)으로 분류했는데, 이름 옆에 ◎ 표시가 된 홍석민(연세대)·정경희(영산대) 등 교수 3명은 전원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 이름 옆에는 “(국정교과서에) 적극 협력하는 연구자”라는 주석이 붙었다.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을 맡고 있는 조승래 의원은 “누구나 의심했던 ‘국정교과서 블랙리스트’의 존재와 배후가 명백히 드러난 사건으로 이전 정부가 학자들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짓밟은 것”이라며 “불법 행위에 대한 엄정한 수사 등으로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보도 관련 알립니다
본지는 2017년 10월31일치 ‘‘국정교과서 반대 김 교수’는 왜 연구비 지원 배제됐나’ 제하의 기사에서,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보고서에 안소영 연구교수(경희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적극 협력하는 연구자로 분류되었고, 그와 같이 분류된 연구자는 학술연구 지원자로 선정되었다고 보도하였으나, 안교수의 논저나 활동 등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찬성 또는 협력한 사실이 확인된 바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홍석재 김미향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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