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아빠’ 이영학씨를 사건을 조명한 <에스비에스> ‘그것이 알고싶다’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중학생 딸의 친구를 유인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35·구속)씨가 ‘변태성욕 장애’를 갖고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북부지검은 1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등 혐의로 이씨를 구속기소했다. 이씨가 공개 재판 절차를 밟게 된 데 따라, <한겨레>도 이씨 실명을 밝힌다.
검찰은 이씨가 ‘성일탈검사’에서 가학적 성행위와 물품을 이용한 음란행위, 관음장애, 음란물 중독 등에 모두 ‘높음’ 단계로 나타나 변태성욕 장애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희귀병을 앓고 있는 데 대한 강한 피해의식과 남성성에 강하게 집착하는 성향도 드러났다고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가학적 성행위와 문신과 자동차 튜닝 등은 남성성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특징적 행동”이라며 “이는 이씨의 일상과 공통적으로 일치한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 중랑경찰서가 압수한 이씨의 하드디스크와 휴대전화 등에는 부인 최씨를 포함한 가학적 성행위 장면이 찍힌 동영상 파일 등이 다수 저장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숨진 부인을 성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대상으로만 인식했고, 부인이 숨진 뒤 그 역할을 대신할 존재를 적극적으로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아내와 닮았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특정해 딸을 통해 유인했고 각종 성인용품을 이용해 가학적으로 성추행했다”며 “성추행 뒤에도 강압과 회유를 통해 일정 기간 이상 같이 지내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다 피해자가 깨어나자 신고를 할까봐 젖은 수건으로 의식을 잃게 한 뒤 다시 목을 졸라 살해했다는 설명이다.
또 검찰은 이씨의 지능이 ‘낮음’(하) 단계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 검사에서는 장애 판정의 경계선에 위치한 ‘위험 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를 사이코패스다 아니다 단정하긴 어렵다”며 “지능이 낮은 수준이지만 일상 생활에 지장은 없는 정도”라고 밝혔다.
이씨가 피해자에게 수면제 ‘졸피뎀’ 말고도, 별도의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잠든 피해자에게 주사기로 약을 넣어 가수면 상태를 유지하려 한 것으로, 피해자를 돌려보낼 생각 없이 상당 기간 자신의 지배 아래 두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씨 도피를 도운 혐의(범인도피)로 이씨 지인인 박아무개(35)씨도 함께 구속 기소했다.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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