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서 시민 500여명이 '평창 롱패딩' 구매를 위한 추가 번호표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전날부터 시민들이 밤을 새워 기다린 덕에 번호표는 이날 새벽 5시께 마감됐다.
22일 아침 8시 서울 영등포구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는 500명 넘는 인파가 몰렸다. 품절됐던 평창올림픽 ‘구스 롱다운 점퍼’, 일명 ‘평창 롱패딩’이 이날 선착순 판매된다는 소식에 전날 밤부터 몰려든 사람들이었다. 밤을 새워 번호표를 받은 사람들과 번호표를 받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번호표 배부 일정을 착각해서 항의하는 사람들로 백화점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안전 사고를 막기 위해 백화점 각 층별 매니저들과 경비 인력 전부가 백화점 출입문 쪽으로 총동원됐다.
롱패딩을 사기 위해 ‘밤샘 노숙’을 한 이들도 200명이 넘었다. 번호표 8번을 받은 김아무개(20)씨는 “22일 롱패딩이 입고된다는 공지를 보고 21일 밤 9시께부터 줄을 섰다”며 졸린 눈을 비볐다. 학교를 빼먹고 줄을 선 고등학생도 있었다.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이아무개(17)양은 “새벽 3시30분에 수원에서 기차를 타고 왔다”면서 “학교에는 아프다고 말하고 결석했다”고 말했다.
이날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입고된 롱패딩은 500장이었다. 앞서 18일에 롱패딩을 사러 왔다가 헛걸음질 했던 200명에게 사전에 번호표를 배부했기 때문에 이날은 번호표 300번을 받은 사람까지만 롱패딩을 살 수 있었다. 이날 오전 5시부터 줄을 선 사람이 300번의 주인공이 됐다. 실제로 번호표를 나눠준 시각은 오전 10시30분이었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몸’이 된 롱패딩을 못 사게 된 사람들이 항의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신길동에서 온 박아무개(47)씨는 “나도 번호표 배부 시각보다 1시간이나 빨리 왔는데 새벽에 온 사람들에게만 파는 것은 불공평하다”면서 소리를 질렀다.
평창 롱패딩 ‘대란’은 기존 ‘브랜드’ 롱패딩과 비슷한 충전재(거위 솜털 80%·깃털 20%)로 만들어졌지만 가격은 절반 정도인 14만9000원으로 저렴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제품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시작됐다. 유행에 민감하고 자신을 위한 작은 사치에서 만족을 찾는 이른바 ‘탕진잼’ 세대의 가성비 뛰어난 ‘과시템’(자랑하기 위한 물품)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성우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영업총괄 매니저는 “지난주부터 에스엔에스에서 평창 롱패딩이 ‘가성비 갑(최고) 패딩’으로 입소문이 났고 평창올림픽 홍보대사를 맡은 연예인들이 입으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며 “갑자기 당황스러울 정도로 달아올라 안전사고가 날까 우려하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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