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정부가 1일 내놓은 직업계고 현장실습 개선안의 취지는 10대 청소년이 충분한 준비 없이 노동시장으로 내몰리는 관행을 막겠다는 것이다.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청소년의 신분은 ‘노동자’가 아닌 ‘학생’이라는 사실, 실습 과정은 ‘노동’이 아닌 ‘학습’이라는 사실을 정부가 분명히 짚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실제 11월 제주의 한 제조업체에서 현장실습 도중 숨진 특성화고 3학년생 이민호군 사례를 보면, 실습생은 노동자의 또다른 이름에 불과했다. 하루 최대 12시간씩 혼자 일하며 월급을 받았다. 숙련된 직원의 지휘나 감독도 없었다. 기존 현장실습 제도의 초점이 노동에 맞춰진데다, 업체가 실습생을 최대 6개월까지 쓸 수 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교육부가 내년부터 적용하는 개선안의 핵심은 ‘현장실습을 노동이 아닌 학습 중심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먼저 특성화고를 포함한 직업계고 학생은 자신의 전공과 맞지 않는 단순 노무형 실습은 할 수 없다. 학생 신분인 만큼 실습생과 업체는 지금껏 교육부가 현장실습 표준협약서와 함께 쓰라고 권장했던 근로계약서도 쓸 필요가 없게 된다. 기업과 근로계약을 맺고 받던 ‘급여’는 현장실습지원비로 바뀌고, 6개월에 이르던 실습 기간도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현장실습 관련 법 개정도 추진될 전망이다. 이날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직업교육훈련촉진법 일부개정법률’ 정부안을 보면, 업체가 현장실습생과 표준협약서를 쓰지 않거나 실습생과 애초 계약 사항을 지키지 않는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업체의 현장실습생 운영 실태를 반드시 지도·감독해야 한다.
정부 개선안에 대한 이해당사자의 반응은 엇갈린다. 현장실습 중인 강진우(18·서귀포산업과학고 3)군은 “학교에서는 한계가 있어 현장실습이 필요하지만 온전히 일만 하는 것보다 학습 형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김다연(18·일신여상 3)양은 “현장실습이 취업을 보장받는 길 가운데 하나인데, 학습형으로 바뀌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상현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추진위원장은 “취업이 먼저인 학생한테는 ‘학습 중심형 실습’으로 바뀌는 데 따른 불안감이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현장실습 제도 개선 이후 고졸 취업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와 관련해 교육부는 “열악한 일자리로 높은 취업률을 유지하기보다, 고졸 취업률의 소폭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좋은 일자리를 크게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게 맞는다”고 설명했다.
홍석재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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