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이 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첫 단식은 1989년 7월이었다. ‘87년 6월 항쟁’의 민주화 바람이 세상을 모두 바꿀 줄 알았다. 하지만 노태우 정부는 법외노조였던 전교조 소속 교원 1527명을 파면·해임했다. 당시 서른살 평교사였던 조창익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은 다른 교사 600여명과 함께 단식 농성으로 ‘바위치기’에 나섰다가 그해 해직교사가 됐다.
조 위원장은 지난달 1일 두 번째 단식을 시작했으나 건강문제로 16일 만에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어 4일부터 다시 세번째 단식에 돌입했다. 첫 단식 이후 28년이 흘렀지만, 그는 전교조의 처지가 1989년 그때와 비슷하다고 판단한다. 2013년 10월 박근혜 정부가 “해직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법외노조’ 통보를 했고, 결국 전교조는 합법적 노조 지위를 잃었다. 1994년 복직됐던 조 위원장은 지난해 ‘해직 교사 명단’에 두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촛불’에 힘입어 출범한 문재인 정부도 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4일 <한겨레>와 만난 조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강도높은 ‘박근혜 정부 적폐 청산’을 추진하면서 유독 전교조의 피해 회복만 미루는 까닭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전교조는 새 정부 출범 이후 52일간 광화문 천막농성, 삭발·오체투지 등 평화로운 방식을 통해 ‘법외노조’ 문제 해결을 기대했지만, 더는 정부의 답을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교조는 지난달 6~8일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대정부 총력투쟁’을 결의했다. 투표율 72%, 찬성률 77%였다. 오는 15일 총력투쟁의 하나로 전교조 최고 수위의 합법 쟁의인 ‘연가투쟁’(조퇴 투쟁)을 진행한다.
조 위원장은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법외노조 문제가 쉽게 풀릴 수 있다고 본다. 이전 정부에서 고용노동부가 행정명령으로 전교조에 ‘노조 아님’ 통보를 한 만큼, 새 정부가 이를 취소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앞서 전교조가 법원에 낸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겠다는 태도다. 1·2심에서는 전교조가 졌다. 전교조로서는 대법원 판결이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데다, 기대와 다른 판단이 나오면 일이 더 꼬일 것이란 점을 우려한다. 또 ‘개혁 동력’이 강한 집권 초기를 넘겨선 안된다는 절박감도 있다. 조 위원장은 법외노조 철회를 ‘후순위’로 미루는 정부의 태도가 ‘정치적 의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짚었다.
“현 정부가 ‘국정운영 지지도’의 포로가 돼 지지율에 부담되는 결정을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려 하고, 그 핵심에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가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적극적 지지층이 실망하고 돌아선 채로 어떻게 국정 운영에 성공할 수 있나?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비판과 지지를 동시에 보내는 전교조의 법외노조 문제 해결을 간곡히 요청한다.”
아울러 전교조는 교원평가 및 성과급제도가 ‘교사들 줄세우기’를 통해 교원 사회를 분열시키고, 교육의 구조적인 책임을 교사들에게 물어왔다며 이에 대한 개선도 요구하고 있다. 또 교사한테도 파업권을 포함한 ‘노동 3권’의 온전한 보장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 위원장은 “전교조가 수십년간 학교 현장에 민주주의라는 의제를 던져왔다는 이유로 역대 정권에서 ‘불법노조’라는 탄압을 받았다”며 “문재인 정부가 ‘촛불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엉킨 실타래를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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