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교육관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임시총회에서 참석자들이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기업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독성화학물질이 든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해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제조·판매업체 관계자들의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5일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현우(70) 전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대표의 상고심에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존 리(50) 전 옥시 대표도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이날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병용(67) 전 롯데마트 대표에게도 금고 3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김원희(63) 전 홈플러스 그로서리매입본부장도 징역 4년이 확정됐다. 금고형은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되 징역형과 달리 따로 노동을 하지 않는다.
신 전 대표 등은 2000년 10월부터 흡입 독성실험 등 안전성 검사를 거치지 않고 독성화학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넣은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가습기당번’을 제조·판매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노 전 대표 등도 안전성 검증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유독물질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사상자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홈플러스 관계자들은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 인체에 해가 없다는 내용으로 허위광고를 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옥시 제품으로 인한 피해자를 177명(사망자 70명), 세퓨 제품의 피해자를 27명(사망자 14명)으로 각각 집계했다. 또 롯데마트제품 피해자를 41명(사망자 16명), 홈플러스제품 피해자를 28명(사망자 12명)으로 봤다.
1심 재판부는 신 전 대표의 혐의를 인정하고 신 전 대표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의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고 인체나 아이에게 안전하다는 표시를 거짓으로 표기한 고의가 있다며 유죄를 인정했으나, 피해가 다소나마 회복했다는 이유로 징역 6년으로 감형했다. 존 리 전 대표는 1심과 마찬가지로 항소심에서도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받았다.
노 전 대표에 대해서도 1심 재판부는 금고 4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가 일부 회복된 점 등을 들어 금고 3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대부분 그대로 받아들였다.
여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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