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전국적으로 한파가 몰아닥친 25일 오전 경남 창원시 마산어시장에서 상인이 모닥불 옆에서 불을 쬐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전국 최저 기온이 영하 23도까지 떨어진 유례없는 한파에 한반도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그러나 거센 찬바람도 우리 이웃들의 옥외 ‘생업 현장’까지 멈춰세우진 못했다.
지하철 2호선 강변역 4번 출구 앞에서 요가학원 전단지를 나눠주는 일을 하는 김아무개(60)씨는 손가락 부분을 자른 털장갑을 끼고 있었다. 얇은 전단지를 한장씩 나눠주려면 맨손으로 종이를 만져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의 손가락 끝은 찬바람에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김씨는 “추운 날씨보다 더 힘든 건 사람들이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지 않는 것”이라며 “오전 중에 전단지 알바를 끝내고 오후엔 식당으로 출근해야 하는데 전단지가 줄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광장시장에서 옷 안감을 판매하는 이종실(61)씨 가게는 문짝을 떼놓아 바깥 바람이 그대로 몰아치는 터라 사실상 노점이나 다를 바 없었다. 가게가 좁아 문짝을 뗀 뒤로 추위에는 무방비 상태가 됐다. 이씨는 “한파 때는 소매 손님이 아예 오지 않는다”며 “그렇다고 자리를 비울 수도 없어 난로 하나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가게에서 버틴다”고 말했다. 평소 하루 3~4명꼴인 소매 손님이 혹여라도 올까, 이씨는 이날도 저녁 6시께까지 휴대용 난로를 켠 채 가게를 지켰다.
전국에 최강한파가 엄습한 25일 서울 성동구의 한 건물 앞 전광판에 현재 온도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광장시장 앞에서 카트를 세워두고 요구르트를 판매하던 소아무개(66)씨는 온 몸을 점퍼와 목도리 등으로 꽁꽁 싸맨 채 같은 자리를 왔다 갔다 서성거렸다. 그러나 요구르트를 찾는 손님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는 “광장시장에 온 지 두 시간 가량 지났는데 서너 개 팔고 말았다”고 했다. 소씨는 못 견디겠다 싶으면 바로 뒤쪽 은행으로 들어가 2~3분 몸을 녹였다. 짧은 시간이지만, 한번 몸을 녹이면 그래도 이삼십분 추위를 견딜 수 있다고 했다. “밖에서 일하다 보니 나름대로 터득한 노하우”다. 서울 중구 휴서울이동노동자쉼터는 몸을 녹이러 온 퀵서비스 오토바이 기사 등으로 북적였다. 쉼터는 대리기사, 퀵서비스, 택배 등을 하는 노동자가 혹한과 비바람 등을 피하도록 만들어진 휴식공간이다. 이날 오후 2시께는 이동노동자 12명이 휴대전화를 충전하거나 배달 콜을 살피며 핫팩에 언 손을 녹이고 있었다. 센터에 막 들어와 털모자를 벗은 퀵서비스 기사 이아무개(43)씨의 머리는 온통 땀범벅이었다. 이씨는 “이런 추위에도 퀵 한번 돌고나면 땀이 난다”고 말했다. 이씨는 눈만 보이는 마스크를 착용해 단단히 ‘중무장’한 모습이었다.
경기도 부천에서 왔다는 홍아무개(37)씨는 배달 콜이 뜨는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홍씨는 “평소 하루 10건 정도 오는 콜이 이렇게 추울 때는 7~8건으로 준다. 평소 수입에 맞추려면 할증 붙은 걸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겨울에는 추위와 빙판운전의 위험 등을 고려해 평소보다 20~30% 요금 할증이 붙은 콜이 종종 올라온다. 이런 혹한에 퀵을 나가면 코 끝과 손발 끝이 얼얼하다 못해 통증까지 느껴진다. 홍씨는 “할증이 아무리 붙어도 이런 추위면 콜 뛰기 싫다”며 웃었다.
기상청은 이번 주말까지 중부 지역은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5도, 그 밖의 지역은 영하 10도 수준의 강추위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지민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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