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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우리가 이렇게 보내…” “엄마 사랑해” 밀양 참사 희생자 첫 발인

등록 2018-01-29 09:22수정 2018-01-29 14:49

28일 희생자 7명 발인 예정
“퇴원하려고 했는데…” 유족 통곡
밀양시, 31일까지 문화체육센터 합동분향소 운영
28일 오후 경남 밀양문화체육회관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밀양/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8일 오후 경남 밀양문화체육회관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밀양/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손자가 든 영정사진 속 할머니는 인자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할머니, 우리가 이렇게 보내…” 영정사진을 뒤따르던 상주는 말없이 상복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10분 남짓한 영결식이 끝나고 관이 화장로로 들어서자, 유족들은 믿기지 않는 듯 “어머니”라고 외치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참사 희생자 38명 가운데 7명의 발인이 28일 차례로 치러졌다. 박아무개(93)씨 발인식은 이날 아침 7시께 밀양농협장례식장에서 희생자 가운데 처음으로 진행됐다. 박씨는 고령에다 폐가 좋지 않아 화재 3주 전부터 세종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몸 상태가 좋아져 화재가 일어난 날 오후 퇴원하기로 예정돼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차분히 발인식을 치른 유족들은 운구차가 화장터에 들어서자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흰 천으로 싸인 관이 화장로에 들어서자, 유족들은 “아이고 어머니”, “엄마 사랑해”라고 외치며 통곡했다.

박씨 발인식 뒤 같은 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린 희생자 현아무개(88)씨 발인도 이어졌다. 유족들은 고인의 관이 화장로로 들어서자 슬픔을 이기지 못한 채 몸을 비틀거리며 얼굴을 감쌌다. 현씨의 유족은 “원래 25일 퇴원하려고 했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 퇴원을 하루 미뤘다가 화를 입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28일 오전 경남 밀양 농협장레식장에서 열린 세종병원 참사 희생자 발인에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밀양/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8일 오전 경남 밀양 농협장레식장에서 열린 세종병원 참사 희생자 발인에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밀양/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참사 사흘째를 맞은 이날 밀양 삼문동 문화체육회관에 차린 합동분향소에도 조문객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29명이 희생된 충북 제천 화재 참사 유가족 30여명도 이날 오전 11시께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류건덕 제천 화재 유족대책위원회 대표는 “사랑하는 가족을 먼저 보낸 처지에서 (밀양 유족들의) 고통과 비극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유족분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부상자들의 쾌유를 비는 것이 도리라 생각해 달려왔다”고 했다.

합동분향소에는 28일 저녁 7시 기준 조문객 5500여명이 찾아 희생자의 넋을 달랬다. 앞서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이곳을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고, 28일 오전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조문했다. 최만우 밀양소방서장은 이날 오후 유족들과 면담을 마친 뒤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위험하거나 법 사각지대 건물을 점검해달라는 유족 요청을 받았다”며 “심리상담 지원 등 유족 요청 사항을 재난대책본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중환자 1명이 추가로 숨져 이번 화재사고 사망자는 38명으로 늘었다. 보건복지부는 28일 밀양 화재 사망자는 38명, 중상자는 9명, 경상자는 137명, 퇴원자 5명을 포함해 피해자는 모두 189명이라고 밝혔다. 사망자 중 사망 원인이 불분명한 4명의 주검은 부검할 예정이다. 화재 원인과 관련해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고’ 수사본부는 병원 1층 응급실 안에 있는 환복(탈의)·탕비실 천장 전선의 ‘전기 요인으로 인한 발화’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27일 설명했다. 밀양시는 추모 기간으로 정한 31일까지 합동분향소를 운영한다.

밀양/황금비 최민영 최상원 기자, 박기용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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