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다양한 영역―수리·과학적 사고 요구”
교사들“반영 비중 커질땐 본고사 변질 우려”
서울대는 28일 현재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2008 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치르게 될 ‘통합교과형 논술고사’의 예시 문항을 발표했다.
서울대가 이날 발표한 예시 문항은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각각 4개씩 모두 8개다. 각 문항은 1~4개의 제시문 및 표 등으로 짜였으며, 한 문항에 1~3개씩의 세부 논제가 출제됐다. 답안 길이는 인문계열은 300~1600자로 다앙하며, 자연계열은 길이 제한이 없다. 시험 시간은 네 시간 안팎이다.
인문계열에는 제시문을 토대로 자신의 생각이나 이유를 서술하는 문제가 많았다. 제시문은 절반 정도가 고교 도덕과 사회 교과서에서 출제됐다. 고려대 등에서 수시모집 논술고사에 출제하고 있는 수리논술 유형에 가까운 문제가 출제된 것이 특징이다. 자연계열에는 성균관대 등 서울 지역 주요 대학의 수시모집 논술고사에 자주 출제되는 수리·과학논술 유형의 문제가 많이 예시됐다.
서울대는 출제 방향에 대해 “인문계열에서는 다양한 영역을 아우를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할 것”이라며 “주어진 통계나 조건 등의 자료를 해석·응용·평가해 논제를 해결하는 문항도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자연계열에서는 단순 지식의 암기가 아니라 수리·과학적 사고력을 묻는 문항을 출제하며, 필요하면 관련된 공식이나 참고자료를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섭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논술고사의 난이도는 내년 상반기 이후에 모의 논술고사를 실시한 뒤 다시 조정할 것”이라며 “교과서에 나온 제시문이나 주제를 최대한 활용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학생 스스로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출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시문항을 살펴 본 일선 교사들은 대체로 “교육인적자원부의 논술고사 기준을 지키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홍창범 서울 경복고 교사(수학)는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고교 교육과정에서 크게 벗어나는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학교 수업이 단순한 문제풀이가 아닌 개념과 원리 중심으로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송인석 서울 서울고 교사(과학)도 “수업 내용을 주체적·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교과서 이외의 과학교양 서적을 꾸준히 읽은 학생이라면 굳이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풀 수 있는 문제”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 수리논술형 문제는 난이도가 너무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창주 서울 한영고 교사(수학)는 “개념과 원리를 완벽하게 꿰고, 수학적 감각까지 갖춰야 풀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문제가 많았다”며 “마치 영재교육원 선발 시험을 보는 듯했다”고 말했다.
논술고사의 비중이 커질 경우 문제 유형과 상관 없이 본고사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임덕준 서울 진명여고 교사(도덕)는 “하루에 치르는 몇 문제의 논술로 당락이 죄우된다면 학교 교육은 일제히 통합교과형 논술 대비 체제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고교 3년 동안의 평가 결과를 존중해 주고, 논술은 보조적 수단으로만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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