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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동성군인 합의 성관계 무죄 판결…“70년 만에 처음”

등록 2018-02-22 23:26수정 2018-02-23 11:31

1심, 군형법 근거 처벌 ‘위헌적’ 판단
인권단체 “늦었지만 의미있는 판결”
항소심서 그대로 인정될진 미지수
동성 군인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예비역 중위에게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형사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위헌적이라는 판단이다. 동성 군인 사이의 성관계 등을 처벌하고 있는 군형법이 제정된 지 70년 만에 처음 나온 의미있는 판결로 평가된다.

군인권센터는 22일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양상윤 판사가 군형법상 추행 혐의로 기소된 예비역 중위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ㄱ씨는 현역 육군 장교로 복무하던 지난해 6월 다른 부대의 장교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 혐의로 군검찰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달 ㄱ씨가 만기 전역하면서 사건이 민간 법원으로 넘겨졌다.

재판부는 군형법을 근거로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처벌하는 것은 위헌적이라고 판단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팀장은 “재판부가 추행은 위력이나 강제에 의해 벌어지기 때문에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형사상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헌법에 반한다고 법규를 해석했다”며 “기존의 법해석보다 훨씬 진보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동성 군인 간 성관계에 무죄를 선고한 것은 1948년 국방경비대법 등을 근거로 ‘계간죄’가 생긴 이후 70년 만에 처음이다. 군형법 제92조의 6항에는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는 이유로 형사 처벌하는 법은 군형법이 유일하다.

성소수자 인권단체에서는 늦었지만 의미있는 판결이 나왔다는 반응이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의 활동가 나라씨는 “군형법은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동성 간 성관계를 맺었다는 행위만으로 처벌함으로써 동성애 자체를 규율하고 범죄화하는 법률”이라며 “늦었지만 의미있는 판결을 환영하며, 군형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헌법재판소에도 하나의 신호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판결이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추행’으로 볼 수 있는지 자체를 판단한 것이라면 법률에 대한 해석으로 사법부의 권한에 속하지만,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헌법재판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서울 한 법원의 판사는 “합의에 의하지 않은 성관계는 군형법상의 강제추행 등 다른 규정으로 처벌하게 된다”며 “조항 자체의 위헌성을 다투고 싶었다면 무죄 판결을 하기보다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어야 한다”고 짚었다.

군형법 제92조의 6항은 동성애자를 낙인찍는 대표적인 인권침해법으로 꼽혀왔다. 지난해 2월 인천지법 형사8단독이 해당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고, 성소수자 군인 7명도 헌법소원을 청구한 바 있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인권이사회, 국가별 정례인권검토 실무그룹 등은 지난해 이 법조항의 폐지를 권고하기도 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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