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부장님, 미세먼지 이 와중에 등산·야구 하자고요?

등록 2018-03-26 19:04수정 2018-03-27 00:25

상급자가 주도해 눈치보며 참석
유난떤다 걱정에 마스크도 못써
환경부 “대응요령 등 고려하길”
전국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 수준이 ‘나쁨’을 보인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걷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전국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 수준이 ‘나쁨’을 보인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걷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방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ㄱ씨는 일요일인 지난 25일 직장 상사와 함께 낚시터에 다녀왔다. 전국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이었지만 상사는 뜻을 꺾지 않았다. 4시간 동안 야외 낚시터에 앉아 입질을 기다렸다는 ㄱ씨는 “미세먼지 때문에 낚시하는 내내 눈이 따갑고 목이 칼칼했다”며 “상사가 제안한 자리라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가 26일로 사흘째 기승을 부리면서 어쩔 수 없는 야외행사 참석에 따른 괴로움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날이 풀리면서 주말에 등산이나 낚시, 스포츠 동호회 등 야외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데다, 상급자가 행사를 주관해 사실상 ‘반강제’로 참석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ㄱ씨처럼 ‘울며 겨자 먹기’로 바깥 활동에 나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기는 쉽지 않다. 상사 눈치를 봐야 하기도 하고, 야외 활동에 마스크 착용이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사내 등산 모임에 어쩔 수 없이 참석했다는 박아무개(39)씨는 “숨이 차기도 했지만 직상 상사들이 유난 떤다고 받아들일까봐 챙겨간 마스크를 쓰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내 야구 동호회에 소속된 이아무개(30)씨도 사회인 야구 리그 일정상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경기에 나가거나 운동장에서 연습하지만 마스크를 써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씨는 “야구는 ‘콜 플레이’(수비수끼리 타구의 방향 등을 소리쳐 알리는 것)가 중요한 데다, 마스크를 쓰면 달릴 때 호흡이 더 가빠지기 때문에 시합하기가 어렵다”며 “미세먼지가 심각한 날에는 야외 경기나 연습을 무조건 취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물론 회사마다 분위기는 다르다.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김아무개(29)씨가 3년째 활동중인 사내 등산모임은 지난 25일 처음으로 미세먼지 때문에 예정됐던 등산을 취소했다. 김씨는 “다들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상사가 말을 꺼낸 덕분에 산행이 취소됐다”며 “미세먼지가 잠잠해질 때까지 산행을 보류하기로 해 다행”이라고 했다.

환경부는 25일 ‘미세먼지 대응요령’을 내놓고 ‘외출 자제’ ‘외출 시 보건용 마스크 착용’ 등을 제시했지만, 민간기업 활동까지 제한할 수 없는 만큼 개인이 주의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다. 환경부 관계자는 “어린이나 노약자 등 미세먼지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을 가지고 있으나, 비교적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가이드라인은 없다”며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일 땐 야외활동을 하기 좋지 않다는 뜻이니까 이 점을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법원 폭동날 경찰 뇌진탕, 자동차에 발 깔려 골절…56명 부상 1.

법원 폭동날 경찰 뇌진탕, 자동차에 발 깔려 골절…56명 부상

체감 영하 18도에 ‘키세스 담요’ 외침…“윤석열을 파면하라” [포토] 2.

체감 영하 18도에 ‘키세스 담요’ 외침…“윤석열을 파면하라” [포토]

대학생 시국선언 “작은 윤석열까지 몰아내자” [영상] 3.

대학생 시국선언 “작은 윤석열까지 몰아내자” [영상]

‘내란 가담 의혹’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발령 4.

‘내란 가담 의혹’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발령

누나 생일엔 일어나길 바랐지만…6명에 생명 주고 간 방사선사 5.

누나 생일엔 일어나길 바랐지만…6명에 생명 주고 간 방사선사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