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 사태 64일째인 2일 오전 서울 동작구 이 학교 종합관 4층 전산실로 향하는 계단이 의자와 책상으로 막혀있다. 학생들은 “학교가 용역을 동원해 종합관 침탈할 수 있어 책상과 의자로 계단을 막아놨다”라고 말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장기 농성으로 힘들어요. 교육부는 뭐 하고 있는 거죠”
2일 오전, 64일째 서울 동작구 총신대학교 종합관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학생들이 분통을 터뜨리며 심적 고통을 호소했다. 학교 쪽이 농성 참여 학생들을 학사 파행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교육부 학사운영 실태조사단의 ‘학습권 보호를 위한 점거시설 퇴거요청 공지문’을 근거로 들어 종합관과 신관 안 농성장 퇴거 요청 및 학사운영 강행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김현우 학생회장은 “퇴거요청 뒤에 항상 용역이 왔다. 1일 00시 시한으로 한 학교 쪽 퇴거 요구에 학생들은 용역이 다시 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24시간 깨어 종합관을 지켰다”라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학생들은 학교가 전산실에 있는 김영우 총장의 비리 관련 자료 확보를 위해 용역을 동원하고 두 차례에 걸쳐 농성장 침탈을 시도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이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유는 학교 쪽의 용역을 이용한 농성장 침탈 시도에서 온 트라우마 때문인 셈이다. 현재 김 총장은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부총회장 선거후보 청탁과 관련해 비리 혐의를 받고 있다.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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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 폭력 사태를 겪은 학생들은 학교 쪽의 물리적 방법을 동원한 침탈을 차단하기 위해 이 건물 4층 전산실로 연결되는 모든 계단을 의자 백여개와 책상 수십 개로 막아놨다. 이 상황을 놓고 농성에 참여 중인 고진완 기독교교육과 학회장은 “또 용역이 올까 봐 두렵다. 계단에 쌓아놓은 책상과 의자는 우리의 상처이자 트라우마로 치환될 수 있다”라며, “학생들이 심리적으로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학생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 상태는 농성장에 놓인 특정 상비약품 사용량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고 학회장은 “농성이 장기화하면서 상비약품 사용도 늘어나고 있는데, 그 대부분이 두통약이다. 용역과의 물리적 충돌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학생들이 심각한 스트레스로 두통을 심하게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지난 3월 31일 <크리스천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용역 동원이야 총장이 하는 거다”라며 용역 동원 지시를 시인한 바 있다.
이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받고 있는 김 총장보다 교육부의 신속하지 못한 사태 처리에 답답함을 토로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날 종합관 농성장에 있던 한 학생은 “학교 종합관 전산실 위로 화재가 발생하면, 농성 중인 학생들은 계단이 막혀있어 탈출할 수도 없다. 생존을 걸고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더 절박하게 외쳐야 문제가 해결되는지 의문이다. 교육부는 뭐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농성에 처음부터 참여한 김 학생회장은 이와 관련해 “추위를 막기 위해 농성장에서 전열기구를 사용한다. 불붙기 쉬운 천막에서 화재 발생 가능성도 큰 건 사실이다. 또 용역 들어오기 어렵게 계단을 막았는데, 우리도 그만큼 나가기 어렵다.”라며 절박한 농성장 상황을 전했다. 연이어 “사실 교육부에서 관여를 안 했다. 국회 교문위에서 이야기가 나와도 별 반응이 없었다. 2차 용역 사태 이후 학내 문제를 언론에서 다루자, 교육부가 움직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교육부 실태조사단의 이번 조사에는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아, 교육부를 향한 학생들의 사태 해결 요구는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조사는 사실관계 확인에 불과해 사태 해결책이 포함될지도 미지수다. 이재력 사립대학제도과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현장 조사가 우선이고 이에 따라 처리할 방침이다. 총장의 용역 동원 관련해서도 조사 결과를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신대의 학사운영 강행 첫날인 2일 오전 서울 동작구 총신대학교 종합관 앞에서 한 학생이 학교 쪽이 보낸 문자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김성광 기자
김성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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