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검찰이 ‘다스 소송비 대납’ 수사를 위해 삼성그룹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삼성의 ‘노조 와해’ 전략이 담긴 수천 건의 문서를 확보하고, 삼성의 노조파괴 공작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것으로 2일 확인됐다. 문서 중엔 2013년 공개된 ‘S(에스)그룹 노사전략’ 문건 내용뿐만 아니라 최근까지 노조 와해를 위해 작성한 문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겨레>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는 삼성전자 압수수색 때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등 노조 와해 내용 등이 담긴 외장 하드를 확보해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시작된 분석 작업은 자료의 양이 워낙 많아 이번 주까지 계속되고 있다. 확보한 문건만 6000여건에 달해 분석은 일주일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소유 의혹이 제기된 ‘다스’의 소송비를 삼성전자가 대납한 단서를 포착하고 삼성전자 수원 영통 본사와 서초동 삼성그룹 사옥 등을 세 차례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인사팀 직원이 보관하던 외장 하드에서 다스 관련 자료뿐 아니라 노조 와해 공작 등이 담긴 문건을 확보했다고 한다. 공공형사수사부는 부당노동행위 개입 혐의와 관련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다시 발부받은 뒤 해당 자료를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의 노조파괴 공작 의혹은 지금껏 꾸준히 제기됐지만, 삼성은 그동안 관련 사실을 부인해왔다. 삼성은 2013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담긴 ‘S(에스)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공개한 직후 “내부 검토용”이라고 했다가, 일주일 뒤부터는 “삼성에서 만든 문서가 아니다”라고 전면 부인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2016년 삼성그룹의 노사전략 문건에 대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이 사건은 검찰에 미제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압수수색으로 노조와해 관련 문건이 다량으로 확보되면서 삼성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고, 검찰은 사실상 재수사에 나서게 됐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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