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의원이 1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질의응답을 위해 대변일실로 와 물을 마시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대선 뒤 ‘댓글 추천수 조작 사건’ 피의자인 김아무개(48·필명 ‘드루킹’)씨로부터 지인의 오사카 총영사 인사 요청을 받은 뒤 이를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16일 밝혔다. 대선 전에도 김씨의 사무실을 방문하고 안희정 충남지사를 소개하는 등 몇 차례 만난 사실도 인정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김 의원의 추천이 들어왔지만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김 의원은 김씨에게 기사 링크(URL)를 텔레그램 메신저로 보낸 사실도 부인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공보를 맡고 있는 동안 홍보하고 싶은 기사를 주위 분들에게 보내거나 한 적이 많다. 그렇게 보낸 기사가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당시 문재인 후보의 구상 등을 잘 설명한 기사 등이 있으면 평소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 메신저로 연락하던 이들과 공유하는 차원에서 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김 의원이 특정 기사를 지정하면 ‘드루킹 그룹’이 해당 기사에 댓글을 달고 추천을 누르는 등 조직적 대응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 의원이 기사 링크를 보내면 김씨가 “알겠습니다”라는 답을 보내곤 했다는 게 경찰의 조사 결과다. 기사 링크를 전달한 취지가 무엇이었는지, 김 의원이 김씨에게 기사 링크 외에 별도의 지시나 부탁을 했었는지 등이 경찰 후속 수사를 통해 가려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은 김씨가 지난 2016년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약 1년4개월간 김 의원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했다. 김씨는 텔레그램 일반 대화방으로도 32개의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를 읽은 김 의원은 가끔 “고맙다”는 메시지로 응답했다고 한다. 특히 지난 3월 한달간 김씨는 텔레그램 비밀방을 통해 기사 링크 3190개, 메시지 115개를 보냈는데, 김 의원은 이를 모두 읽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같은 시기 김씨가 김 의원의 보좌관에게 인사 추천 거부와 관련해 협박성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확인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김씨 등의 주거지와 사무실에서 휴대전화 170여개를 확보하고 중요해 보이는 30여개만 분석한 뒤 나머지 133개는 송치 때 검찰에 함께 보냈다고 밝혔다. 김씨 등 구속된 3명 외에도 김씨가 운영하는 느릅나무출판사 직원 2명을 추가로 입건하고, 댓글 추천수 조작 가능성이 엿보이는 다른 아이디(ID)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이 이날 공개한 내용에 비춰보면 김씨가 김 의원과 연락을 주고받았던 대선 때엔 최초 수사 대상이었던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댓글 추천수 조작’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 의원이 김씨에게 의례적으로 ‘고맙다’는 답을 한 적도 있긴 하지만, 김씨가 보낸 글을 안 읽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 등이 매크로 조작을 위해 관련 프로그램을 구입한 시점 역시 올해 1월인 것으로 파악했다.
한편 김씨 등의 신병을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이진동)는 이날 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씨에게 검찰청에 나와 조사를 받을 것을 통보했고, 김씨는 이날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서영지 허재현 송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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