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명의로 국회의원 90여명에 4억3천만원 후원한 혐의
황 회장 “성실히 조사받겠다”만 답하고 청사 들어가
황창규 케이티 회장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황창규 케이티 회장이 17일 오전 9시32분께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황 회장은 경찰청사 앞 대기중이던 취재진에게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짧게 말한 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기자들이 “정치자금 지원에 대해 보고받은 바 있느냐”, “직접 지시했느냐”고 물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날 경찰청사 밖에서는 케이티 민주화연대가 집회를 열어 황 회장을 구속수사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해 말부터 케이티의 임원들이 옛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이른바 ‘상품권깡’ 등을 통해 조성한 자금을 정치 후원금으로 기부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케이티 쪽이 기업 단위 정치 후원금 금지 규정을 피하기 위해 임원 명의로 ‘쪼개기 후원’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케이티 쪽의 불법 정치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은 90여명에 달하고 규모도 4억3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황 회장은 사전에 이런 쪼개기 후원에 관한 보고를 받고 이를 지시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앞서 경찰은 케이티 사옥 압수수색 등을 통해 상품권 지급 현황 및 회계 자료 등을 입수하고, 전·현직 임직원을 차례로 불러 조사해 왔다. 경찰의 황 회장 소환은 관련 증거 자료와 진술 확보 등 ‘혐의 다지기’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경찰이 대기업 총수를 소환 조사하는 것은 지난해 9월 회삿돈으로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를 납부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배임)로 조사를 받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이어 두 번째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