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초청강연 연 드루킹 인터넷 댓글조작 혐의로 구속 수감된 ‘드루킹’(왼쪽)이 지난 1월 서울 한 대학에서 자신의 ‘경제적 공진화 모임’ 주최로 연 초청강연에서 안 희정 전 충남지사를 소개하고 있다. 충남도청 제공/연합뉴스TV 화면 갈무리
파워블로거인 ‘드루킹’ 김아무개(48)씨 등의 ‘댓글 추천수 조작’ 사건의 파문이 커지는 가운데, 김씨가 지난 1월 평창겨울올림픽 관련 기사 댓글의 추천수를 조작한 것 말고도 각종 커뮤니티와 팟캐스트 플랫폼 등에서 ‘여론몰이’를 해온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김씨 등이 매크로 프로그램(동일 명령을 반복 수행하는 프로그램)을 구입한 시점을 1월15일로 보고 이전 ‘댓글 활동’의 불법성에 선을 긋고 있지만, 김씨가 전부터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인터넷 여론몰이를 시도한 정황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수사 대상이 되는 범행 시점이 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김씨가 운영하는 ‘경공모’ 회원들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이 인터넷 ‘여론몰이’에 나선 것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인터넷 언론 <딴지일보> 게시판에서 ‘여론몰이’에 나섰다가 운영진에 의해 제재를 받았다. 2016년 <딴지일보>의 누리집을 관리했던 ‘개발수뇌’(닉네임)는 인터넷방송 커뮤니티 ‘데마시안’에 글을 올려 “(경공모 회원들이) 딴지일보에서 집단으로 다중닉(여러 닉네임)을 만들어 글을 올리고 추천, 비추천 수를 조작하다가 적발돼 단체로 이용 정지를 당했다”며 “경공모·드루킹 관련 게시글을 전부 삭제하고 관련 용어들을 금지어로 지정했다”고 썼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지난 1월17일 기사 추천수 조작과 비슷한 형태의 게시판 여론조작이 이전에도 존재했던 셈이다.
다만 당시 ‘경공모’ 회원들의 추천수 조작 수법은 정교한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개발수뇌’는 “단톡 같은 걸로 좌표(목표 게시글)를 알려주고 아이피(IP)도 못 숨긴 채 여러 명이 손으로 추천 작업하는 수준”이었다며 “전문적이거나 조직화되어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딴지일보> 관계자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경공모 회원들이 2016년께 자신들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한 글을 쓰고 집단적으로 추천을 누르는 등 여론조작 시도를 해 차단한 적이 있다”며 “매크로 사용 여부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김씨의 행동 중에는 매크로를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있었다. 김씨는 지난해 7월 자신이 운영하는 팟캐스트 방송의 ‘다운로드 수’를 조작해 순위를 높였다가 팟캐스트 업체에 적발돼 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김씨가 진행한 팟캐스트 방송은 지난해 7월23일 다운로드 순위 10위까지 치솟았다 9월30일 1663위로 떨어졌다. 해당 팟캐스트 업체는 당시 매크로 사용이 감지됐다며 방송 업로드 제한 등 조처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등을 통해 매크로 사용이 사실로 확인되면 김씨 등의 인터넷 여론조작 시점은 지난해까지 소급될 수 있다.
매크로 활용 시점이 중요한 이유는 수사 결과에 따라 지난해 대선 때 이들이 벌인 ‘인터넷 활동’의 성격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를 포함한 경공모 회원들은 대선 때 문재인 후보에게 우호적인 기사·블로그 글 등을 공유·추천하고 댓글을 다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지난해 4월 자신의 블로그에서 “적극적으로 의사를 피력하고 댓글을 달고 하면서 그(문재인 후보)를 지켜야 한다”며 “선플이 있으면 페이지 10개 정도 추천을 누르라”는 등의 지침을 내린 바 있다. 같은 달 4일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는 자신이 “민주당 당원 가입운동으로 2200명이 넘는 권리당원을 만들었다”며 “우리가 손을 놓고 있었다면 정말 위태로운 경선이 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자신들이 문 후보의 당선에 일조했다고 과시한 것이다.
하지만 대선 전 이들이 불법적인 방법을 활용해 여론몰이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 이들의 행동 전체가 정당성을 얻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동시에 인터넷에서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해왔던 이들마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재우 선담은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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