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촛불, 그리고 나라다운 나라’ 토론회에 참가한 김민환 한신대 교수(왼쪽부터),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유해정 성공회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 정원옥 박사(문화연구학). 세월호잊지않기목포지역공동실천회의 제공
세월호 참사 이후, 진상 규명 요구 여론을 확산시키고 유가족들의 뒤를 받쳐준 ‘배후’는 보통의 시민들이었다. 시민단체 활동가도 ‘운동권’ 출신도 아닌 수많은 이들이 자원봉사에 나서고 노란 리본을 나눠준 건 무슨 이유 때문이었을까?
유해정 성공회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들의 행동이 “자신들의 삶을 재건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최근 4·16가족협의회, 4·16연대, 한국사회학회 등이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전남 목포 목포대에서 주최한 ‘세월호와 촛불, 그리고 나라다운 나라’ 토론회의 발제를 통해서다.
유 연구위원은 세월호 관련 자원봉사 등의 활동을 3년 이상 지속한 30~50대 가운데 사회운동 경험이 없는 7명, 경험이 있는 3명을 심층 면접한 결과를 바탕으로 세월호 직후의 애도가 전국 규모의 사회운동으로 부상한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재난 상황 후 슬픔과 방황을 해소하기 위해 시민들이 자원봉사나 추모를 하는 것은 삼풍 백화점 붕괴나 대구 지하철 참사 때도 나타났던 현상이다. 하지만 그 영향력이 전국 단위로 확대되고 장기간 이어졌다는 점에서 세월호 이후의 시민활동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멈추지 않고 진상규명을 요구함으로써 구경꾼에 그쳤던 시민들의 참여를 끌어낸 덕분이며, 시민들은 도덕적·정치적 죄책감과 부채감을 해소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사회운동에 참여했다는 게 그의 풀이다.
그는 “언론과 시민사회의 관심이 줄어들고 정치권이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적대적으로 변한 2014년 여름을 기점으로 시민들의 참여 동기와 공간이 변화했다”며 “처음에는 사건 자체에 의한 충격이 동력이 되었지만, 이후에는 사회 부정의를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가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시민들이 추모 활동 공간을 광화문이나 합동분향소 등의 주요 거점에서 일상의 공간으로 옮기며 활동의 지속 가능성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유 연구위원은 세월호 활동의 결과로 시민들이 다른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두게 되었으며 자신들의 삶의 문제를 스스로 다루고 견뎌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커진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이들이 활동 과정에서 조직 운동에 거부감을 보였으며, 조직화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사회적 성취를 이루었다는 점을 참고하여 기존 사회운동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의 또 다른 발제자인 정원옥 박사(문화연구학)는 재난 이후의 사회적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중요한 과제로 주목받는 ‘공동체 회복’ 담론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기존의 4·16 관련 시설 및 단체는 피해자들의 심리 치료를 통해 공동체 회복을 추구하지만, 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며 “피해자를 치료하는 것만으로는 지역사회를 회복할 수 없다. 비피해자들이 받는 상처를 이해하고 피해자와 비피해자를 나누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진상규명은 대통령이나 정부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함께해야 가능하다”며 시민들의 활동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송진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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