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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당의 비공개 댓글운동 독려, 여론왜곡으로 흐를 가능성

등록 2018-04-24 10:12수정 2018-04-24 10:25

드루킹 사건으로 본 ‘댓글 정치’
선거캠프마다 온라인 지지층 관리
좌표 찍고 추천 지시 당연시해와
“악플로 변질 땐 훨씬 큰 악영향”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19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6월 지방선거 경남지사 출마를 공식으로 선언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19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6월 지방선거 경남지사 출마를 공식으로 선언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드루킹 사건으로 ‘댓글 정치’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정치권에서는 주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드루킹 사이에 돈이나 이권 같은 불법적 요소가 개입돼 있었는지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공직선거법이 금지한 매수나 이해유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댓글 정치’에서 중요하게 논의돼야 할 부분 중 하나는 정당이 비공개적인 과정을 통해 댓글운동이나 추천수 높이기를 지시하는 등 부당하게 관여했다면 불법성 여부와 무관하게 ‘여론 조작’의 가능성이 내재돼 있다는 점이다.

선거에서 각 후보 캠프가 여러 온라인 지지 세력을 ‘관리’하는 것은 하나의 관행이다. 지난 2012년 한 대선 후보 캠프에서 일했던 관계자는 2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선거캠프마다 온라인 지지층을 관리하는 팀들이 있다. 이 팀들이 지지세력에게 모찌(일종의 ‘지시’)를 준다. 캠프와 이런 지지세력은 서로 연계돼 있다. 이 과정에서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묘하게 오간다”고 말했다. 돈을 주거나 이권을 약속하지는 않더라도 지지세력에게 ‘좌표’를 찍어주고 선플 달기나 추천을 독려하는 행위가 광범위하게 벌어져왔다는 뜻이다.

돈과 이권이 오가지 않는 한 정당과 지지자 사이의 공개적 소통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지지 활동과 선거 캠프의 활동이 완전히 분리돼야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예컨대, 장애인학부모단체에서 특정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그와 관련해 각종 온라인 지지 활동을 벌이는 것은 정상적 선거운동이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캠프는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정책 내용을 이들에게 홍보하는 등 소통할 수 있다.

중요한 지점은 이를 통한 여론 형성이 공개적으로 이뤄지느냐의 여부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누구이며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드러나지 않을 때, 더구나 이것을 인지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행할 때는 ‘의식 조작’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당이 자신들이 내건 정책을 공개적으로 소통하면서 여러 단체들과 정책 협약을 맺거나 홍보하는 행위는 정상적인 민주주의에 속하지만, 드루킹처럼 누군지 알 수 없는 세력을 통해 비공개적으로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여론은 권력과 돈으로부터 독립된 공론장이란 뜻이다. 이것을 정치세력이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은 (유권자들의 판단을) 갈취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정당이 특정 세력을 통해 여론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시민들의 이성적 판단이 억압당한다는 의미다.

정당 관계자들은 선거 때 도와준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하지 말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항변한다. 그러나 이들의 문제는 정상적인 소통을 벗어나 일반인들은 알 수 없는 구조와 과정을 통해 댓글 달기나 추천수 높이기 등을 지시하거나 독려하는 행위를 너무 당연하게 해왔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정당에서 이 문제를 너무 쉽게 생각해왔던 측면이 있다. 특히 온라인 여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젊은층은 정당이 개입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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