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조작 혐의로 구속된 김아무개(필명 드루킹)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출판사 내부 모습. 파주/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검찰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드루킹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그의 전직 보좌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가, 일부 또는 전부 기각당한 사실을 이례적으로 상세히 공표하면서다. 일부에서는 경찰이 수사기밀을 당사자들에게 알려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관련자들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앞서 경찰은 25일과 26일 김 의원의 전직 보좌관 한아무개씨에 대한 압수수색영장과 김 의원의 통신내역 및 금융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일부 또는 전부 검찰에서 기각된 사실을 상세히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검찰 핵심 관계자는 29일 “법원에 그대로 청구했다가는 100% 기각 당할 수준의 영장을 신청해 놓고, 보완을 요구했다고 검찰을 공격하는 것은 생떼나 다름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의 행위는 수사 대상과 범위 등 수사기밀을 김 의원 등 당사자들에게 노출한 것으로써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한다. 관련 경찰관들을 전원 입건해도 할 말이 없을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영장에 언론 기사 말고는 별다른 근거 자료가 없었다는 말도 나온다.
검찰 다른 관계자는 “경찰의 행동은 마치 도박장 단속을 나가면서 경광등 켜고 사이렌 울리며 출동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검찰도 ‘적폐’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여러 번 (법원에서) 기각당했고, 그로 인한 불만이 없지 않았지만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은 것은 그 자체가 수사기밀 유출에 해당하는 범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검찰은 적폐 수사 과정에서 몇 차례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을 향해 항의 또는 반박 성명을 냈지만, 기각된 압수수색영장에 대해서는 공개적인 입장을 밝힌 바 없다.
검찰의 내부 분위기는 격앙돼 있지만, 정면 대응은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서울중앙지검 핵심 관계자가 경찰의 공표 직후인 지난 26일 오후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경찰이 무슨 영장을 신청했고, 거기서 어떤 영장을 (검찰이) 청구하고 기각했는지는 수사 기밀사항이므로 확인해줘서도 안 되고 확인해줄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이를 만일 외부에 공표했다면 이해할 수 없다”는 ‘점잖은’ 입장문을 낸 것이 전부다. 이 역시 검-경 갈등으로 비칠까 봐 여러 층위의 조율 과정을 거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허술하게 들어온 영장을 (법원의 발부) 기준에 맞춰 검토하고 보완 지시를 하는 것은 검찰의 고유한 (수사지휘) 기능”이라며 “경찰의 공표가 심각한 문제인데도 경찰과 검찰을 싸잡아 검-경 갈등으로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강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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