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앞에서 항공사 지상여객서비스 노동자들이 노조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 제공
공항에서 티켓을 발권하고 항공기 탑승을 돕는 항공사 지상여객서비스 노동자들은 승무원과 같은 옷을 입고 있지만 항공사가 설립한 자회사 소속이다. 일종의 ‘간접고용’인 셈이다. 항공사 지상직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이 일상이다. 항공기 일정이 지연·결항 등으로 출렁이면 하루 17시간 일하고 2시간쯤 눈을 붙인 뒤 다시 17시간을 근무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격무 탓에 피부병과 생리불순 등 지병에 시달리지만, 엄격한 복장 규정을 지키려면 한 시간씩 일찍 출근해 ‘꾸밈 노동’을 해야 한다. 항공사 지상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든 이유다.
항공사 지상직 노동자들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앞에서 ‘전국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지상여객서비스지부’(지상직 노조)의 설립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달 27일 출범한 지상직 노조는 아시아나 항공의 지상여객서비스를 담당하는 업체인 ‘케이에이(KA)’ 직원 400여명 가운데 119명이 가입했다.
항공기 스케줄을 따라가야 하는 업무 특성상 지상직 노동자들은 2~3일 동안 일하고 하루이틀을 쉰다. 항공기 결항과 지연 등 사람의 힘으로 통제하기 힘든 차질이 생기면 이를 몸으로 때우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문혜진 지부장은 “업무환경을 버티지 못한 신입직원들이 열에 일곱은 퇴사하는 바람에 남은 직원들의 노동 강도가 가중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자회사 소속으로 간접고용된 탓에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케이에이’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지분의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노조는 원청인 항공사가 도급료를 낮게 책정해, 기본급이 최저임금에도 미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복무규정은 까다롭다. 화장과 구두 착용은 필수고, 가방 메는 법도 규제한다. 하지만 항공사는 직원들이 유니폼을 입고 출퇴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업무 시작 전에 옷을 갈아입고 새로 화장을 하는 가욋일을 해야 한다. 문 지부장은 “제대로 살아보려고, 아시아나 직원으로서 우리 이름을 찾으려고 노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