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회의 순기능 제고’ 문건 보니
소장 판사에 “선동적” 딱지
“해외연수 희망 판사 활용”
법원장 동조세력 포섭안도
“법관 아닌 직원이 안건 설명”
법원장 중립 이미지 포장도
소장 판사에 “선동적” 딱지
“해외연수 희망 판사 활용”
법원장 동조세력 포섭안도
“법관 아닌 직원이 안건 설명”
법원장 중립 이미지 포장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판사회의’를 형해화하고, 법원장을 통해 사법행정을 장악하려는 계획을 마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5일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추가로 공개한 98건의 문건 중에는 2016년 3월14일 기획조정실 제2심의관실에서 작성한 ‘판사회의 순기능 제고 방안’이 있다. 이 문건에는 법원 공무원들을 ‘방패막이’로 삼아 법원장을 ‘비호’하고, 사법행정 민주화를 요구하는 법관을 ‘선동적’으로 몰아 일선 판사회의를 무력화하는 계획이 담겨 있다. 판사회의는 당시에도 법원조직법 등에 근거가 규정된 사법행정 자문기관이었다.
이 문건에서 행정처는 ‘사법행정 간섭을 목표로 판사회의를 이용하려는 조직적 시도를 포착했다’며, 판사회의 운영방식을 바꿔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법원장 주도의 의견 수렴과 안건 선정’, ‘안건의 다양화’ 등을 통해 ‘법원장과 일선 판사의 소통을 강화해 내부 판사회의 등을 통한 소통을 무력화’하고 ‘판사회의 전 과정에서 법원장이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행정처는 이를 위해 ‘법원장의 부탁에 적극 동조하는 경향이 있는’ 해외연수 선발 희망 판사들을 활용하는 등 인사권 남용의 소지가 있는 방안까지 열거했다.
이와 함께 행정처는 문건에 “판사회의에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려는 시도를 ‘비민주적’ 행위로 규정”하고, “핵심 세력의 기본 도구인 ‘민주/비민주’ 프레임을 역이용”한다는 계획도 짰다. 이를 통해 ‘부당한 요구’를 제기하는 판사에 대해서는 ‘선동적, 감정적, 조직적, 독선적, 불법적’이라는 낙인을 찍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법원장’에게는 ‘포용적, 합리적, 노련’하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법원 직원들을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발상도 나왔다. 채택이나 집행이 어려운 안건은 사무국장이나 총무과장 등 법관이 아닌 직원이 판사회의에서 설명하도록 해 “법원장은 중립적 이미지를 취득하고, 부정적 이미지는 해당 실무자에게 전가”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단독판사는 “이른바 ‘엘리트 판사’라는 이들이 판사회의 와해 공작을 하고 동료 판사를 낙인찍을 계획을 짰다. 법복을 입을 자격이 없다”고 분노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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