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현숙 교수, 평화교육단체 ‘피스모모’ 주최 포럼서 발표
김정은 체제 전환 뒤 학교 교과서 분석한 결과 드러나
‘조선신보’ 등도 “교과서가 친근감 나게 작성됐다” 풀이
엄 교수 “인간개조 수단에서 창조형 인재 개발로 전환”
김정은 체제 전환 뒤 학교 교과서 분석한 결과 드러나
‘조선신보’ 등도 “교과서가 친근감 나게 작성됐다” 풀이
엄 교수 “인간개조 수단에서 창조형 인재 개발로 전환”
북쪽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 전환 뒤, 학교 교육에서도 ‘종래의 틀을 완전히 벗어난 근본적 혁신’을 위해 교과 과정을 대폭 개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적인 교육 흐름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정보화 교육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참여를 확대해 근본 구조를 개혁하는 방향으로 교육의 틀을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7일 평화교육단체 ‘피스모모’가 주최한 ‘한반도의 대전환, 이제는 글로컬 평화교육 포럼’에서 엄현숙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북쪽 학교 교육은 2012년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가 시작된 뒤, 2년만인 2014년 새 교육제도가 시행되면서 교육과정에 변화가 일어나고, 일부 교과목은 신설·폐지 통합됐다”고 밝혔다.
새 교육과정이 시행되면서 북쪽 학교에 크게 네가지 변화가 눈에 띈다. 엄 교수에 따르면, 첫째 학급·학년 사이에 연계되는 계열성 확보에 역점을 두는 한편, 둘째 부분적으로 통합형 교육과정이 적용됐다. 셋째, 교과교육 과정에서 특정한 지식이나 기술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사고·탐구·창조력 등을 활용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에도 집중했다. 넷째로는 주입식 교육 대신 학생들이 수업에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참여형 교육’을 위해 교과서 내용도 큰 폭으로 바뀌었다. 엄 교수는 ”(참여형 교육으로 변화가) 북쪽에서 교원과 학생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중요한 변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풀이했다. 기존 북쪽 교육이 ‘새 지식주기’, ‘따라하기’, ‘해보기’, ‘다지기’ 등 교사가 가르친 뒤 학생들이 학습과 반복을 거쳐 지식을 습득했다면, 최근에는 ‘토론’, ‘놀이’ 같은 형식들이 강조되면서 다양한 모습을 띄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 현장에 그림 교재가 과거보다 한층 많아진 점도 이전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실제 새로 개정된 ‘교육과정안’은 이를 두고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 과정안의 특징인 학생들이 주동적인 태도를 가지고 능동적으로 교수(수업)에 참가하는 교수관계로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2014년 <조선신보>도 “새 교과서가 친근감이 나게 작성되었다”고 풀이했다.
교과서 내용 전개 방식에서도 변화가 두드러진다. 이전 ‘전반적 11년제 의무교육’에서는 학교교육의 목표를 ‘사회주의 건설자, 지덕체를 갖춘 공산주의적 새 인간’으로 규정한 반면 새 교육과정인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 과정에서는 ‘창조형의 인재, 주체형의 새 인간’을 키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논리·체계·순차를 강조한 지식전달 위주 내용도, 최근에는 학습자의 흥미와 수준을 고려한 서술방식의 간략화가 주요 과제가 됐다. 또한, 국외로부터는 영국식 영어교육과정과 교재·교구 등이 유입돼 국제적인 교육 방식의 흐름을 어느 정도 보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북쪽은 사실상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가 시작된 2012년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기존에는 ‘전반적 11년제 의무교육’)을 위한 법령을 공포하고, 이를 바탕으로 2014년 4월부터 새로운 교과서로 학교 교육을 해왔다.
이번 조사는 김 위원장 체제 이후 발간된 북쪽 초·중·고교 1학년 교과서 내용 변화와 북쪽 정기간행물인 <인민교육>, <교육신문>, <교원선전 수첩> 등을 분석해 북쪽 학교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방법의 변화를 살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북쪽의 교육과정도 변화 초기에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로동신문>은 지난 2014년 “교원들이 오랫동안 굳어져온 지식 전달 위주의 교수 방법에서 벗어나 학생들 스스로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주동적으로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교수로 방향 전환을 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기존 경직되고 융통성 없는 ‘통일적 수업 방식의 탈피’를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적어도 북쪽 교과서가 이전과 비교해 다양한 형식과 방식으로 구성됐고, 새 교과서의 목적도 학생들이 자유롭게 탐구하고 스스로 비판적 사고를 하도록 돕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엄 교수는 “북쪽의 교육 내용 편성은 여전히 정치사상교육을 앞세우면서 과학기술 교육을 결정적으로 강화한다는 게 일관된 방침”이라면서도 “인간개조 수단으로 기능해오던 북쪽 교육이 창조형의 인재는 곧 ‘주체형의 새 인간’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수용하는 양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북쪽 교과서 내용 전개 방식의 변화 양상. ‘피스모모’ 제공
남쪽에서도 북쪽과 평화통일교육 활성화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아시민평화포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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