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 / 최승호와 양승동, MBC와 KBS
‘파업동지’에서 KBS와 MBC 사장 된
두 피디가 말하는 공영방송의 정상화
‘파업동지’에서 KBS와 MBC 사장 된
두 피디가 말하는 공영방송의 정상화
KBS 양승동 사장(왼쪽)은 지난 4월9일, MBC 최승호 사장은 지난해 12월8일 취임했다. 양 사장은 “우리(KBS) 프로그램 보기도 벅찰 정도”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최 사장 역시 업무파악은 끝났지만 “여전히 바쁘고 정신이 없다. 정말 잘하지 않으면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 동갑내기 ‘파업 동지’ KBS 양승동(왼쪽)과 MBC 최승호가 두 공영방송의 사장이 됐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9년 동안 언론을 통제하고 억눌렀다. 양승동, 최승호를 포함한 수많은 이들이 저항했고 시련을 겪었다. 그 투쟁과 시련의 끝에 사장 양승동과 사장 최승호가 서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공영방송 정상화’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두 사장은 어떤 공영방송을 꿈꾸고 있을까.
전국언론조동조합 MBC 본부와 KBS 본부는 2017년 9월4일부터 박근혜 정부 때 선임된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김장겸 MBC 사장, 이인호 KBS 이사장, 고대영 KBS 사장 퇴진 및 공영방송 정상화를 목적으로 파업을 벌였다. 당시 파업에 참가한 양승동 KBS 사장. KBS 제공
“최근 해고자들 모두 비위 전력자
‘또다른 블랙리스트’는 말도 안돼
9년간 자행된 언론탄압과 불법
발본색원하고 원칙 세우는 과정”
“정권의 통제 시작된 2008년부터
정치적 투쟁·언론장악 저항하느라
방송환경 변화에 대응 못하고 도태
되풀이 안 하려면 잘잘못 가려야”
2005년 12월3일 최승호 당시 MBC ‘피디수첩’ 책임피디(CP)와 한학수 피디가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경영센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피디수첩은 2005년 11월22일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편을 통해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관련 연구 논문의 조작 의혹을 보도했다. 이후 황 교수 쪽에서 검증 결과에 문제를 제기하자 이날 2차 검증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KBS 양승동 사장(왼쪽)과 MBC 최승호 사장이 지난 5월31일 서울 연희동 카페 아뜰리에안에서 만나 공영방송의 정상화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2012년 파업 참가 이유로 해고
“5년 만에 복귀해서 보니
MBC 파워 예전같지 않더라
사장은 기다려주고 지원하는 역할”
2008년 노조 만들었다 정직 징계
“KBS만이 만드는 프로그램 존재
약자 배려·고품질 콘텐츠 만들 것
MBC 정상화위, 잘 참고하겠다”
KBS 양승동 사장은 2018년 4월9일, MBC 최승호 사장은 2017년 12월8일 취임식을 하고 임기를 시작했다. 두 사장의 임기는 양 사장은 오는 11월23일까지, 최 사장은 2020년 2월23일까지다. KBS 제공
KBS 양승동 사장은 2018년 4월9일, MBC 최승호 사장은 2017년 12월8일 취임식을 하고 임기를 시작했다. 두 사장의 임기는 양 사장은 오는 11월23일까지, 최 사장은 2020년 2월23일까지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공범자들’에 저항한 저널리스트
최승호 사장은 1986년 MBC에 입사했다. 최 사장을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건 MBC 시사교양프로그램 ‘피디수첩’이다. 그가 책임피디(CP)이던 2005년 11월22일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을 보도했다. 피디수첩이 제기한 의혹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고 황우석 서울대 교수는 파면되고 기소됐다. 2010년 4월10일 그가 제작한 ‘검사와 스폰서’ 편에선 지역 건설사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은 전현직 검사 57명의 이름이 공개됐고, 이후 특검이 출범했다. 2010년 8월17일 방송 예정이던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은 김재철 당시 MBC 사장이 방송보류를 지시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한주 뒤인 8월24일 방송됐다.
2003년부터 2년 동안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을 지냈다. 2012년 6월 파업에 참가해 ‘직장 질서를 문란하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됐고, 재심 끝에 확정됐다.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탐사보도매체 <뉴스타파>에서 피디 겸 앵커를 했고,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을 다룬 영화 ‘자백’과 정권의 방송장악 역사를 다룬 ‘공범자들’을 연출했다. 지난해 12월8일 MBC 22대 사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2020년 2월23일까지다.
시민이 뽑은 최초의 KBS 사장
양승동 사장은 1989년 2월 KBS에 입사했다. ‘추적 60분’ ‘세계는 지금’ ‘인물현대사’ ‘KBS스페셜’ 등 KBS 대표 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인물현대사’로 2003년 민주언론상을 받았다. KBS 피디협회장이던 2008년 8월 이명박 정권의 방송 장악과 정연주 KBS 사장 해임에 반발하면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케이비에스 사원행동’을 조직했다. 그는 2008년 8월11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방송사와의 연대투쟁을 강조하면서 “현 정권이 ‘피디수첩’ 수사를 위해 문화방송을 압수수색할 경우 사원행동이 앞장서 이를 저지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원행동을 조직해 회사에 저항한 이유로 2008년 9월 심의실로 전보됐고, 2009년 1월 파면됐다가 2주 만에 정직 4개월로 완화됐다.
2018년 1월 고대영 사장이 해임된 뒤 23대 KBS 사장 공모에 입후보했고, 시민자문단의 평가가 40%(이사회 평가가 60%) 반영된 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자가 됐다. 지난 4월9일 사장 취임식에서 “보도와 제작에 어떠한 압력도 행사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임기는 고대영 전 사장의 잔여 임기인 오는 11월23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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