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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주 14시간40분 ‘쪼개기’…노동 약자 1분1초까지 탈탈 털었다

등록 2018-06-18 04:59수정 2018-06-18 10:39

[창간30돌 특별기획 - 노동orz]
3부 ‘법의 사각지대’ 초단시간 노동자
① ‘서브’로 살아본 3주

<한겨레>는 창간 30돌 특별기획 ‘노동orz’를 통해 낮게 웅크린 우리, 노동자의 삶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컨베이어 벨트에 쫓겨 낮밤 바꿔 일하는 제조업체 맞교대 노동자와 감정·감시노동의 이중고를 겪는 콜센터 노동자가 앞선 장면이었습니다.

‘노동orz’ 세번째 장면은 초단시간 노동입니다. ‘주 15시간 미만’ 노동은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많은 법과 제도의 예외 사유입니다. 청년·여성·고령층 등 노동시장의 약자들은 ‘알바’라는 이름으로 법의 사각지대에 퍼즐 조각처럼 배치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 이재임
일러스트 이재임
#애슐리

‘쨍그랑!’ 손가락 사이를 통과한 접시는 눈 깜짝할 사이에 대리석 바닥으로 떨어졌다. 4시간 내내 쉼 없이 빈 접시를 나른 팔목엔 힘이 없었다. 누군가 먹다 남긴 명란마요소스가 유니폼을 타고 흘러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아, 짜증 나.’ 한숨을 내쉬며 냅킨으로 바닥을 닦고 있는 내게 서너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걸어오기 시작했다. ‘가까이 오면 위험한데…’라고 생각하던 찰나, 테이블에 앉아 있던 할머니가 아이를 향해 소리쳤다. “안 돼, 가지 마~ 지지야 지지!” 손님들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아이를 바라보던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아니겠지. 내가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를 보고 지지라고 했겠지.’ 행주로 테이블을 닦으며 테이블 매트에 적힌 애꿎은 광고 문구만 바라봤다. ‘애슐리 카카오톡 친구 추가하고 생맥주 무료로 받자!’ 맥주 사진을 보니 목이 더 탔다.

#파리바게뜨

점심을 앞둔 오전 11시는 ‘전쟁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파리바게뜨의 알바 노동자들은 곧 전쟁터가 될 매장 구석에서 군인이 총알을 비축하듯 일회용 컵에 컵홀더를 끼워 넣었다. 12시. 양복을 차려입은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의 필수품인 커피를 챙기기 위해 쏟아져 들어왔다. 쉴 틈 없이 에스프레소를 뽑은 뒤 찾아온 잠깐의 소강상태. “언니, 정신없죠? 틈틈이 뭐라도 챙겨 드세요.” 매니저의 말에 한숨 돌리며 샌드위치를 베어 물자 또다시 한 무리의 직장인들이 매대 앞으로 다가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 따뜻한 자몽티 하나, 아이스 카라멜마끼아또 하나, 자두 컵빙 하나요.” 그때 깨달았다. 알바 노동자들에게 ‘진상 손님’보다 더 위험한 이들은, ‘메뉴 하나 통일하지 못하고 각자 다른 메뉴를 주문하는’ 손님들이라는 걸. 남은 샌드위치를 입안에 욱여넣고 아이스컵을 꺼냈다. 판매 시한이 지나 이제 팔지 못하는 호밀샌드위치에서는 쿰쿰한 냄새가 났다.

#이디야

카페 매출은 날씨에 큰 영향을 받았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저녁은 화창한 날에 견줘 매출액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비 오는 날 알바 노동자들의 시간은 이디야 커피 매장에 울려 퍼지는 재즈 리듬보다 더디게 흘렀다. 매장에선 아무런 주문도 하지 않은 할아버지 한 분만 술에 취해 꾸벅꾸벅 졸았다. “우리 이제 마감 시작할까?” “오늘은 제가 설거지할게요.” 쓰레기통을 비우고, 커피 머신을 닦고, 모자란 재료를 냉장고에 채우다 보면 훌쩍 영업 종료 시각이 다가왔다. 비가 오든 해가 쨍쨍하든, 손님이 많든 적든, 매장의 하루를 정리하려면 최소 두 명이 필요했다. 마감 10분을 남기고, 졸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다가갔다. “할아버지, 저희 문 닫아야 해서요. 이제 집에 돌아가세요.” 할아버지는 초점 없는 눈으로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매장을 나섰다.

수당 안 주려 1주에 14시간40분 ‘쪼개기 노동’ 꼼수

기자는 지난 4월14일부터 3주간 애슐리·파리바게뜨·이디야에서 각각 11·15·12시간씩 ‘초단시간 노동자’로 일했다. 초단시간 노동자란 1주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노동자로, 15시간 이상 36시간 미만을 일하는 일반 단시간 노동자와 구분된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연간 고용동향’ 통계를 보면, 1시간 이상~17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노동 취업자는 2017년 136만5000명으로 2016년(127만3000명)에 견줘 7.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2년부터 2015년까지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초단시간 노동자의 연평균 증가율이 9.2%로 나타났다. 일반 단시간 노동자(7.6%)나 전일제 노동자(2.2%)보다 증가 폭이 컸다. 초단시간 노동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한국 노동시장의 한 축을 구성하는 셈이다.

하지만 초단시간 노동은 법과 제도 앞에서 ‘초단시간’만 도드라질 뿐, ‘노동’의 의미는 퇴색되어 초라하다. 주 15시간 미만 노동이 근로기준법이나 기간제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에서 예외 사유로 분류되는 탓이다. 초단시간 노동자들은 주휴수당이나 연차수당을 받지 못하고, 2년 넘게 일해도 정규직이 되지 못한다. 한국에서 가장 취약한 노동집단, 청년·여성·노인층의 노동력은 이처럼 ‘노동인 듯 노동 아닌 노동 같은’ 초단시간 노동으로 부유한다.

기자가 파리바게뜨에서 슈크림을 짜 넣고 있다.
기자가 파리바게뜨에서 슈크림을 짜 넣고 있다.
이디야커피 매장에서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있는 기자의 모습
이디야커피 매장에서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있는 기자의 모습
■ 월화수목금 2시간 일하실 분? 초단시간 일자리를 구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①구인구직 사이트에 접속한다 ②근무 요일을 고르는 ‘상세검색’ 칸에서 ‘주 2일’ 또는 ‘주 3일’을 선택한다 ③근무시간 중 ‘오전’ 또는 ‘저녁’을 선택한다. 검색 단추를 누르니 구인공고 목록이 줄지어 나왔다.

구인공고에는 ‘사장님’들의 의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는 평일(주 5일) 오픈시간대(아침 7시~9시, 주 10시간)에 일할 파트타이머를 구하고 있었다. 근로조건에 명시된 이유는 명확했다. “출근시간대 바리스타를 도와줄 보조 아르바이트생 구합니다.” 정확한 업무 범위 등을 지정하지 않고 바쁜 시간대 인력이 필요한 모든 업무에 투입하겠다는 뜻이었다.

제시된 노동시간 역시 의도가 명확했다. 주 2일(월화) 근무할 파트타이머를 구한다는 한 음식점의 근무시간은 오후 4시40분~자정(7시간20분)까지였다. 주당 노동시간 14시간40분.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이다. 15시간 이상이면 의무사항이 되는 ‘주휴수당’과 ‘4대 보험 가입’(산재보험 제외)은 20분 차이로 의무에 없는 일이 됐다.

기자는 프랜차이즈 중에서 ‘시장경제의 대세’를 골랐다. 베이커리·커피전문점의 경우 전국 매장 수 기준으로 파리바게뜨와 이디야커피가 부동의 1등인데, 일부 직영점을 제외하면 대부분 점주가 운영하는 위탁가맹점이었다. 위탁가맹점에서는 점주가 직접 노동시간을 쪼개놓은 구인공고를 내는 일이 많았다. 4월11일 기준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 누리집에서 △서울 지역 △주 3일 △오전 파트타임(06~12시) 혹은 저녁 파트타임(18~24시) 조건으로 검색해 보면, 초단시간 노동자를 구하는 이디야커피·파리바게뜨 매장은 각각 40·21곳에 달했다.

주휴수당·4대보험 면하려 주15시간 미만
초단시간 알바 노동자 쪼개기 채용해
‘노동인듯 노동아닌 노동같은’ 초단시간 노동
청년·여성·노인 등 노동시장 약자만 넘쳐

매장 필요 따라 잘게 쪼개진 노동
일 몰릴 땐 쉬는데도 전화가 왔다
휴게시간도 근무시간도 업주가 결정
“저도 제 스케줄을 잘 모르겠어요”

첫 날부터 ‘크림 작업’ 지시하고
빵포장, 청소에 커피 내리는 일까지
매장서 남은 일은 ‘낙수효과’처럼
‘서브’노동자 알바에게 내리꽂혔다

이랜드파크의 뷔페 브랜드인 ‘애슐리’는 2016년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 아르바이트 노동자 4만4360명의 임금 83억여원을 체불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연차수당·야간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거나, 노동시간을 15분마다 기록해 1~14분에 해당하는 초과노동의 수당을 미지급하는 이른바 ‘꺾기’ 방식으로 체불한 임금의 총액이다. 비판이 제기되자 애슐리는 미지급된 수당을 지급하고,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1년6개월 남짓 지난 애슐리의 노동 환경이 ‘어떻게 개선됐는지’ 궁금했다. ‘애슐리 홀서빙 헬입니다. 제발 하지 마세요.’ ‘최저임금 주면서 일 겁나 시킴. 시간낭비 하고 싶은 사람한테 추천.’ 구인구직 누리집에 올라온 애슐리 알바 후기를 애써 모른 척하며 공고에 나온 번호로 구직 문자를 보냈다. ‘애슐리 홀근무 지원합니다/황금비/여/28/주말디너.’ 3시간 만에 답문자가 왔다. “오늘 오후 5시에 면접 가능하세요?” 구직에서 취직까지 속전속결이었다.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 알바 스케줄은 테트리스 같았다 매장에서 만난 알바 노동자들은 대부분 20대 초·중반의 청년층이었다. 숙박·음식점업에 청년층 노동력이 집중되는 현상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인권위 자료(2016)를 보면 초단시간으로 일하는 청년층(15~34살) 가운데 숙박·음식점업 종사 비율이 40.3%로 가장 높았는데, 이는 2002년보다 24.9%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청년층이 서빙 아르바이트 같은 초단시간 노동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업종이 숙박·음식점업이고, 이런 경향이 2000년대 초반보다 더 강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초단시간 알바 노동자들의 스케줄은 매장의 필요에 따라 모양을 돌려가며 끼우는 ‘테트리스’의 블록처럼 조절됐다. 초단시간 노동자는 업주가 필요한 시간엔 들어갔고, 필요 없는 시간엔 손쉽게 빠졌다. 이디야커피에서는 주3일(월화수) 저녁 7시~밤 11시(주 12시간)에 일했는데, 같은 시간대에 함께 일했던 지환이(26·이하 모두 가명)는 나보다 한 시간 이른 저녁 6시부터 출근했다. 면접 때 매장 스케줄표를 보며 ‘6시부터 출근하면 되느냐’는 내 질문에 점주가 말했다. “6시부터 7시까지는 손님이 적어서 알바 한명만 있어도 돼. 너는 마감 때 정리해야 하니까 7시부터 끝날 때까지 있으면 되고.”

강남의 파리바게뜨 매장에서는 주 3일(월수금) 아침 8시~오후 1시(주 15시간)까지 오픈조에서 일했다. 면접 때 물었다. “혹시 화목은 알바 안 구하시나요?” 매니저가 말했다. “화목은 같은 시간대에 일하는 알바가 따로 있어요. 이번에 월수금 알바생이 그만두게 되어서 새로 뽑는 거예요. 매장 손님들이 주로 직장인이어서 출근시간이랑 점심시간이 가장 바쁘거든요.”

애슐리도 마찬가지였다. 홀서빙 알바의 1주일 근무표에는 그날의 단체예약 상황이 함께 적혔다. ‘4/21 12시 80 초등단체’ ‘4/28 12시 88 초등단체.’ 매장 상황에 따라 근무표도 조절됐다. 4월16일 오후, 근무하는 날이 아닌데 매장 매니저는 기자에게 전화해 “혹시 다음주 토요 근무를 목요일로 바꿀 수 있느냐”고 물었다. 함께 홀서빙을 했던 재영이(20)가 말했다. “저도 제 스케줄을 잘 몰라요. 매장 상황에 따라 그날그날 스케줄이 바뀌니까….”

‘짧은 시간’ 고용된 알바들의 업무 교육은 자연스럽게 생략됐다. ‘바닥에 있는 물기 때문에 미끄러울 수 있으니 넘어지지 말고, 무거운 것 들면서 다치지 말라’는 애슐리 점장의 안전교육은 5분 만에 끝났다. “원래 새로 사람을 뽑으면 안전교육 8시간을 해야 하는데 서로 피곤하잖아. 그냥 제가 간략하게 설명해드릴게요.” 점장의 설명이 끝나고 8시간 안전교육을 받았다는 확인서와, 주말(토일) 오후 4시30분~밤 10시까지 일하겠다는 근로계약서에 서명했다. ‘회사의 명예와 역사를 존중하며 품위 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근무 중 취득한 회사의 노하우와 각종 정보 및 회사 자료를 외부로 유출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도 서명했다. ‘주 11시간 일하는데 무급으로 8시간 안전교육까지 받으라니….’ 5분 만에 안전교육을 끝내준 점장이 고마웠다.

빵크림 짜다 커피 내리고 쓰레기 청소…쉴틈없이 내리꽂혔다

■ ‘우리는 행복한 파리지앵~’ 애슐리 홀서버의 주된 업무는 ‘버싱’과 ‘프리버싱’이다. 버싱은 퇴점한 테이블의 식기류를 치우는 일, 프리버싱은 고객이 다 먹은 접시를 치우는 일을 의미한다. 지름 50㎝ 크기의 쟁반을 들고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버싱과 프리버싱을 한 뒤, 식기가 쌓이면 구역마다 있는 ‘스테이션’(포스 기계와 냅킨, 카트 등이 모여 있는 공간)으로 가져와 정리한다. 남은 음식물은 모아서 3단 카트의 맨 위층인 음식물 쓰레기통에 담고, 중간기물(수프 접시 등 작은 그릇)과 뷔페 접시를 분리해 중간층에 차곡차곡 쌓는다. 카트가 꽉 차면 ‘사이드’(주방 옆 식기를 세척하는 공간을 이르는 말)로 끌고 가 비운다. 카트를 한 번 비울 때마다 빈 접시는 70여개, 중간기물과 컵은 각각 40여개가 나왔다. 5시간 동안 평균 6~7번 카트를 비워야 한다. 입점한 손님을 테이블로 안내하고, 70여개 가까운 테이블 숫자를 외워 손님이 퇴점할 때 무전으로 캐시어에게 알리는 일도 홀서버의 일이었다.

서빙에 더해 매장을 정리하는 업무도 마감조가 도맡았다. “샐러드바 이용 시간은 9시까지입니다. 전산 마감도 9시까지여서 그 전에 결제 완료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녁 8시30분부터 각 테이블을 돌며 마감 안내멘트를 시작했다. 손님들이 빨리 퇴점할수록 알바들의 퇴근 시간도 앞당겨진다. 마지막 손님이 나가면 미처 치우지 못한 테이블을 정리하고, 음식물이 튄 스테이션을 걸레로 구석구석 닦았다. ‘카퐁’(‘카트 퐁퐁’의 줄임말. 각 구역에 있던 카트를 세제(퐁퐁)로 세척한다는 의미)을 하고, 그날 사용한 행주를 빨아 건조대에 널고, 야간 청소를 위해 200여개 의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야 마감이 끝났다.

월화수 마감시간대에 일했던 이디야커피도 비슷했다. 본사에서 내려온 매뉴얼대로 음료와 빵을 만들고 나면, 밤 9시30분부터 11시까지 마감 청소를 했다. 그날 사용한 커피 머신과 집기류를 닦아 말리고 매장 청소를 하는 일이 주된 업무였다. 마감시간까지 매장에 있는 손님이 많을수록 퇴근 시간은 늦어졌다.

마감조가 매장의 하루를 마무리했다면, 오픈조는 매장의 하루를 준비했다. 기자가 일한 파리바게뜨는 강남 한복판에 있었다. 아침 8시에 출근해 ‘우리는 행복한 파리지앵~’, 매장 배경음악 사이사이 안내멘트를 들으며 약 2시간 동안 샌드위치·빵과 커피를 찾는 출근시간대 직장인 손님들을 맞았다. 출근 손님이 잦아들면 본격적인 빵 포장과 크림 작업이 시작됐다. 제빵기사가 2층 주방에서 구운 빵을 승강기에 태워 1층 매장에 내려보내면 이를 식혀서 진열하고 포장하는 게 알바의 주된 업무다. 오전에만 일하는 기자에겐 첫날부터 ‘크림 작업’을 맡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베이글을 반으로 갈라 크림치즈를 짜고, 소보루빵에는 칼집을 내 생크림을 넣었다. 슈크림에도 구멍을 뚫어 생크림을 짰다. ‘원래 크림 작업을 제빵기사가 아니라 알바들이 하느냐’는 질문에 매니저가 말했다. “바쁜 매장에서는 알바생들이 하기도 해요. 큰 매장이면 (제빵)기사님을 두 명 고용하겠지만….”

기자가 일한 애슐리 매장에서 주방 옆 식기를 치우는 ‘사이드’의 모습. 홀 서빙 알바노동자가 음식물은 가운데 아래 동그란 통에 버리고, 컵은 식기세척기 틀에 끼워두고, 접시는 싱크대 위에 올려둬야 주방 담당 직원이 치운다.
기자가 일한 애슐리 매장에서 주방 옆 식기를 치우는 ‘사이드’의 모습. 홀 서빙 알바노동자가 음식물은 가운데 아래 동그란 통에 버리고, 컵은 식기세척기 틀에 끼워두고, 접시는 싱크대 위에 올려둬야 주방 담당 직원이 치운다.
애슐리 홀 서빙 직원들이 차야하는 무전기.
애슐리 홀 서빙 직원들이 차야하는 무전기.
■ 홀 정리를 하며 ‘어벤저스’가 되고 싶었다 일한 지 채 1주일도 안 된 알바의 손은 제빵기사의 손보다 더딜 수밖에 없었다. 바질소스 분량은 베이글마다 차이가 났고, 슈크림은 빵이 찢어지기 일쑤였다. 크림을 짜면서도 ‘내가 만들었지만 안 사먹고 싶은데…’라는 ‘현타’(현실자각타임)가 찾아왔다.

초단시간 노동자의 노동은 언제나 ‘매장에서 가장 바쁜 시간’과 겹쳤다. 일을 하면 할수록 ‘왜 나를 이 시간대에 뽑았는지’ 더 명확해졌다. 오전에 그날 판매할 빵을 모두 준비하는 파리바게뜨 매장은 기자가 일하는 오전시간대 노동자가 5명(제빵기사 1명, 샌드위치기사 1명, 매니저 1명, 알바생 2명)으로 가장 많았다. 제각각인 애슐리의 알바생 주말 근무표를 정리해 시간대별 홀서빙 알바 노동자의 인원을 평균 내보니, 점심시간대(오후 1~4시) 평균 6.5명, 저녁시간대(저녁 5~8시) 평균 5.9명이었다. 샐러드바에 음식과 식기를 보충하는 업무를 주로 하는 ‘트레이너’나 ‘메이트리더’를 제외하면, 가장 바쁜 점심·저녁시간대에도 교육생이나 메이트 2~3명만이 200여석에 이르는 매장의 홀 정리를 도맡는 셈이었다.

매장에서 ‘남는 일’은 낙수효과처럼 알바 노동자들에게 내리꽂혔다. 베이글 위에 크림을 짜다가도 커피 주문이 들어오면 커피를 내려야 했고, 빵 포장을 하다가도 2층으로 올라가 쓰레기를 정리해야 했다. 함께 일했던 미래(26)가 말했다. “언니 오기 전에는 모카크림빵이랑 후레쉬슈크림빵 크림까지 알바생이 짰었어요. 그런데 신메뉴가 들어와서 그런가, 그거 두 개는 기사님이 해주시기로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는 손 없고 바쁘면 오히려 제가 기사님한테 부탁했었어요. ‘너무 바빠서 그런데 빵에 크림 좀 짜주시면 안 되냐고….’”

무전기를 통한 ‘감시 노동’은 애슐리의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유지하는 일등공신이었다. ‘손님 안내→프리버싱→버싱→음료 제공→스테이크 서빙→다시 손님 안내’의 무한 반복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도, 무전기를 타고 넘어오는 지시사항에 빠르게 신경이 곤두섰다. “금비씨. 블루룸에 예약석 있으니까 아직 못 치운 테이블 버싱 좀 빨리해주세요.” “금비씨. 4번 테이블 맥주 두 잔만 서빙해주세요.” “금비씨 지금 사이드예요? 거기서 뭐 하세요?” 매니저는 ‘무전기 덕분에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일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 문장은 ‘지시하는 사람’이라는 주어가 들어가야 완성되는 문장이었다. 알바들에게 무전기는 ‘이렇게 소수 인력으로도 매장 운영이 가능하구나’ 탄식하게 하는 ‘요물’이었다. “저 에이드 주문받으러 갑니다.” “저 잠깐 물 좀 마실게요.” “저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알바 노동자들은 일거수일투족을 무전을 통해 보고했다.

애슐리에서 일했던 주말마다 발바닥과 종아리에 파스를 붙였다. 5시간 동안 평균 걸음 수를 재봤더니 1만5천~1만6천보가 나왔다. 1분에 평균 50~53보를 걷는 수치다. 발바닥의 고통을 잊기 위해 최대한 딴생각을 했다. 영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가 개봉하고 첫 휴일이었던 4월29일 저녁, 같이 홀서빙을 하는 재영이가 샐러드바 청소를 하는 바람에 홀 정리는 모두 내 몫이었다. 3㎏에 달하는 원목 의자 200여개를 테이블 위에 올리며 생각했다.

‘의자가 묠니르(토르의 망치)였으면 좋겠다. 원목 의자도 묠니르처럼 내 손에 딱 붙어서 올라가면 좋을 텐데…. 어벤저스가 되고 싶다. 내가 스파이더맨이라면 접시 치울 때 테이블마다 걸어다니지 않아도 되겠지. 거미줄 쏴서 치우면 되잖아? 아이언맨은 접시 어떻게 치울까? 아, 아이언맨은 아르바이트 안 해도 되겠구나. 부자니까….’

맥락 없는 잡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퇴근시간이 다가왔다. 바닥에 걸레질하는 나를 보며 애슐리 점장이 말했다. “그래도 요즘은 손님이 많이 없는 편이라서, 일 배우고 적응하긴 괜찮을 거야.”

종아리·발바닥에 파스 붙이고 서빙 “어벤저스가 되고 싶다”

■ 이상한 나라의 휴게시간 “금비씨. 30분 동안 밥차 쓰고 오세요.” 무전기 이어폰 너머로 애슐리 트레이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포스기에 찍힌 시간을 보니 4시45분. 출근한 지 15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애슐리에서 ‘밥차’는 하루 30분 무급으로 주어지는 휴게시간을 뜻한다. 보통 이 시간에 식사를 해결해 그렇게 부른다. 알바 노동자들은 30분간 샐러드바에서 파는 음식을 한 접시 담아 휴게실에서 먹을 수 있다. 음식을 담을 때는 겉옷을 꺼내 입어 애슐리 유니폼을 가렸다.

“(밥차는) 쓰고 싶을 때 쓰셔도 되는데요. 저녁시간 늦어지면 음식이 거의 안 남아서요. 보통 빨리들 드시더라고요.” 리더메이트는 ‘내가 쓰고 싶을 때 휴게시간을 쓸 수 있다’고 했지만, 사실 휴게시간을 정하는 것은 알바의 권한이 아니었다. 밥차 시간은 손님이 몰리기 직전인 오후 5~6시 매니저의 지시가 있어야 사용할 수 있었다. 전쟁 같은 근무 중에 겨우 30분 주어지는 휴식시간을 출근한 지 15분 만에 써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은 그 뒤로도 반복됐다.

짧은 밥차 시간, 탁자와 침대, 소파 위에 근무복이 널려 있던 애슐리 휴게실에선 매번 퇴사 얘기가 꽃을 피웠다. 흰색 주방 유니폼을 입은 알바 노동자 두 명이 소파에 기대앉아 서로 말했다. “나 퇴사할 거야.” “퇴사하면 뭐 하게…. 난 하고 싶어도 못해. 카드값 때문에.” “카드값이 왜?” “나 컴퓨터 샀잖아. 그것 때문에 카드값 빵꾸났어.” “난 퇴사하면 한 달은 자유롭게 살다가 다시 알바 구해야지. 근데 여기는 진짜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다.”

이디야커피 탈의실. 홑겹 커텐을 치고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이디야커피 탈의실. 홑겹 커텐을 치고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샐러드와 과일푸딩 몇 조각을 접시에 담아 휴게실에 들어서니 주방 직원 한 명이 얼음팩을 들고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다치셨어요?” “아 네. 파스타 만들다가 데어서요.” 매니저의 허락을 받아 잠깐 얼음찜질을 한 직원은 10분 남짓 손을 주무르다 ‘식사 맛있게 하세요’라는 말을 남기곤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 테이블에 홀로 앉아 과일푸딩을 포크로 집어 들었다. 손에서 방금 전까지 치우던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풍겼다.

파리바게뜨와 이디야는 휴게시간이 따로 없었다. 아침 6시30분에 출근해 매장을 오픈하는 파리바게뜨 매니저는 출근 손님을 맞은 뒤 잠깐 한가해지는 오전 10시 전후로 30분 동안 직원휴게실에서 쉬거나, 밖으로 나가 식사를 해결한 뒤 돌아왔다. 매니저와 비슷한 시각에 출근하는 샌드위치기사는 매대 구석에 있는 샌드위치 작업 공간에서 오전 내내 그날 판매할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만들었다. 매장에서 하루에 팔리는 샌드위치는 100여개에 달했다.

‘열악한 매장 상황’은 휴식을 포기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였다. 파리바게뜨 2층 카페 구석에는 6평 남짓한 직원휴게실이 있었는데, 절반 이상을 대형 식재료 냉장고 3대가 차지했다. 문 옆에는 철제 의자 한 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탈의실도 비좁았다. 사복을 넣어둘 개인사물함은 기사와 매니저가 사용했고, 알바 노동자들의 유니폼은 흰색 빵봉투에 넣어 보관했다. 퇴근한 뒤 탈의실에서 유니폼을 갈아입던 미래가 웃으며 말했다. “언니, 봉지에 옷 잘 넣어두세요. 문 앞에 도넛 튀기는 기계가 있어서 일하고 오면 기름 냄새가 장난 아녜요. 알바 끝나고 친구 만났는데, 친구가 ‘너 치킨 튀기다가 왔냐’고 하더라고요.” 봉투에 담겨 있던 겉옷에 코를 박고 킁킁댔다. 진짜로 잘 튀긴 치킨 냄새가 났다.

이디야커피에서는 2평 남짓한 탈의실에서 홑겹 커튼을 치고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마저도 재활용컵과 부자재들이 공간을 차지해 앉을 공간은 없었다. 4시간 내내 서 있던 내가 앉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매장 의자에 걸터앉아 걸레질하는 5분 남짓이었다. 4시간 이상 일하면 30분, 8시간 이상 일하면 1시간씩 휴게시간을 제공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제54조)은 이곳 매장들에선 실효성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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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선택? 결정은 결국 사장님이! “언니, 우리는 바쁜 시간대에 매장 일을 돕는 서브라고 생각하면 돼요. 바쁠 때 돕는 인력. 빵 포장해야 할 땐 포장하고, 커피 만들어야 할 땐 커피 만들고, 진열할 땐 진열하고. 일하는 시간이 짧으니까 바쁜 일이 생기면 그냥 그걸 하면 돼요.” 파리바게뜨 출근 첫날, 같은 시간대에 일했던 미래가 크림 작업을 하며 기자에게 했던 말이다. ‘서브 인력’인 초단시간 노동의 속성을 꿰뚫고 있었다. “그냥 백수처럼 있는 것보다, 차라리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짧게 일하는 게 나은 것 같기도 하고….” 취업 준비로 대학 졸업을 한 학기 미뤘다는 미래는 결국 “취업 준비와 병행하기 힘들다”며 4개월 만에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

‘구인공고도 많고, 구직자도 많잖아?’ 알바몬을 검색하며 일자리를 알아볼 때만 하더라도 초단시간 노동은 업주와 구직자의 자유로운 선택이 맞물린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을 넣고 빼는’ 테트리스 게임의 방향타를 조종하는 이는 결국 사장님이었다. ‘레벨1’ 말단에 자리 잡은 기자는 ‘주휴수당’ ‘4대 보험’ 등 기본적인 아이템도 장착하지 못한 채 수없이 밀려드는 고객을 응대하는 ‘엔피시’(NPC·non-player character)에 불과했다. 실제 가장 바쁜 시간대를 ‘보조’하는 알바들의 노동력은 사장님의 의도에 따라 매장이 ‘한가한 시간대’엔 가차 없이 철수해야 했다.

이디야커피 매장은 오픈(아침 7시~낮 12시)·미들(낮 12시~저녁 6시)·마감(저녁 6시~밤 11시) 시간대마다 알바 노동자가 2명씩 일했는데, 오픈조 한 명은 아침 7시~오전 10시 3시간, 미들조 한 명은 낮 12시~오후 4시 4시간, 마감조 한 명(기자)은 저녁 7시~밤 11시 4시간만 일했다. 마감시간대에 기자와 함께 일했던 지환이가 말했다. “아침 오픈할 땐 본사에서 오는 재료 받아서 정리하는 일이 있어서 꼭 두 명이 필요하대요. 마감도 두 명이 있어야 할 수 있거든요. 점심시간대가 가장 바쁜데, 오후엔 덜 바빠지니까 그때부턴 알바생 1명만 쓰는 거죠.”

이디야 매장의 시간대별 매출액도 지환의 말을 뒷받침했다. 이디야에서 일했던 시기 시간대별 평균 매출액을 보면, 점심시간대인 낮 12시~오후 3시 시간당 평균 매출은 9만8300원인 반면 오후 3시~저녁 7시 매출은 4만4500원으로 줄었다. 해당 시간엔 알바 노동자 1명이 일했다. ‘매장이 돌아갈 만큼의 최소 인력을 쓴다.‘ ‘이 최소 인력도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노동으로 구성한다.’ 두 가지 룰이 지배하는 이 게임의 목표는 이윤의 극대화였다.

퇴근길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 내 귓가엔 점주들에게 들은 말들이 어지럽게 뒤엉켰다. “잠깐 한가해져도 내가 뭘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해. 빵 포장을 하든, 청소하든, 진열하든!”(파리바게뜨 점주) “너무 어린 애들은 책임감이 없어 금방 그만두더라고. 나이가 좀 있는 사람이 일을 오래 하고 책임감이 있어.”(이디야 점주) “홀서빙은 어떻게 보면 스리디(3D) 업종이에요. 남이 먹은 것 치워야 하고 계속 서 있어야 하고…. 그래도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어서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거든요.”(애슐리 점장) 어느덧 사장님들은 테트리스 조각들에게 ‘책임감’과 ‘자기만족’까지 요구하고 있었다.

점주들의 말을 곱씹다 보면, 곧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말이 치고 들어왔다. “아침 일찍 정신없이 일하고 집에 가면 그냥 멍해요. 멍한 상태로 취업사이트 뒤져보고, 자소서 쓰고 하는 거죠.”(파리바게뜨 동료) “대학 마지막 학기인데 당장 생활비는 필요하니까 알바를 안 할 수는 없어요. 어제도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 과제 제출했는데…. 이 정도면 엄청 열심히 사는 거 아닌가?”(이디야커피 동료) “제 근무 스케줄은 매일 다 달라요. 일한 지 얼마 안 됐고, 당장 학교도 안 다니고 있어서 매장 바쁜 시간마다 출근해서 일하고 있거든요.”(애슐리 동료)

이 일, 이 시간은 누구를 위한 걸까. 기자와 동료들은 노동이 아니라 시간을 조각내 팔았던 건 아닐까.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 ‘아르바이트생’과 ‘알바노동자’

‘아르바이트생’이라는 표현은 ‘용돈을 벌기 위해 임시로 아르바이트하는 학생’이라는 의미가 짙다. 전 연령층에서 생계유지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사람이 늘고 있고, 아르바이트 역시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노동자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기사에는 모두 ‘알바노동자’라는 표현을 썼다. 구인공고나 대화 등에 쓰인 ‘아르바이트생’, ‘알바생’, ‘알바’라는 표현은 부득이 그대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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