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의혹과 판사 뒷조사 사건 수사를 ‘핵심 전력’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에 재배당했다.
서울중앙지검은 18일 “사안의 중요성과 부서 간 업무부담 등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애초 ‘사법 농단’ 고발 사건을 배당받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가 삼성의 노조와해 공작 수사 등을 맡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신속함보다는 정확함이 더 중요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1년여에 걸친 조사로 이미 관련자들의 대비 시간이 길었던 만큼, ‘속도전’보다는 탄탄한 증거와 논리를 준비하는 ‘정공법’을 택하겠다는 의미다.
검찰 수사를 앞두고 현직 대법관들이 공개적으로 “재판 거래는 없었다”고 ‘셀프 방어선’을 치고 나선 것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은 물론 현직 대법관 일부까지 검찰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이날 서울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사법 농단 사태 심층분석’ 좌담회를 열어 사법 농단에 관여한 전·현직 최고법관에게 직권남용죄 등을 적용할 수 있다는 분석자료를 내놓았다.
최용근 변호사는 2014년 작성된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수첩과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 재판 관련 문건을 비교하며 조목조목 ‘재판 거래’ 가능성을 주장했다. 원 전 원장 선고일(2014년 9월11일)에 작성된 김 전 수석 업무수첩에 ‘元-2.6y, 4유, 停3’(원세훈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이라는 선고 결과가 적혀 있다는 게 근거로 제시됐다. 통상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는 오전에 열리는데, 원 전 원장의 1심 선고가 같은 날 오후 3시가 넘어서야 형량 등 주문이 나온 점을 고려하면 사전에 청와대가 재판 결과를 알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공개된 문건을 보면 대법관들 말과 달리 재판 거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사건이 벌어진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당시 이메일과 통신자료 등 증거수집이 시급하다”면서 “이 부분이 검찰의 수사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미 변호사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소모임인) 인사모를 와해시키려는 목적으로 1년에 걸쳐 42개의 문건이 작성·보고됐다”고 지적하며 “이를 보고받은 당시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과 박병대·고영한 법원행정처장은 공무원의 직권을 남용해 학문·결사의 자유를 침해했으므로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차아무개 판사 관련 문건에는 개인 이메일 내용이 자세히 기재돼 있다. 행정처가 대법원 전산시스템 정보를 이용했다면 정보통신망법 위반도 인정될 수 있어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민경 현소은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