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복무’ 외국선 어떻게 하나…어디서? 기간은 얼마나?

징병제 택한 59개국 중 20여개국 대체복무제 도입
병원·요양기관 등 투입…경찰·소방 등 치안 분야도
근무 기간은 같거나 더 길어…출퇴근·합숙 등 다양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인 지난해 5월1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제앰네스티가 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병역거부로 처벌을 받았거나 재판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처벌 중단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e-mail]

외국의 대체복무 제도는 어떻게 운용되고 있을까. 병무청 자료를 살펴보면, 징병제를 시행하는 59개 나라 중 20여곳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택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병원이나 요양기관 등 공공·사회복지 분야 등에 이들을 투입하는 식이다. 1998년 유엔 인권위원회는 ‘양심적 병역거부의 취지에 부합하는 대체복무를 도입하되, 징벌적 성격이 아닌 비전투적 성격이어야 하고 공익적이어야 한다’고 결의한 바 있다.

이탈리아는 문화유산을 보호하거나 재난 발생 시 긴급대처가 필요한 분야 등에 대체복무자를 투입한다. 다만 전쟁이 일어났을 때는 대체복무자도 민간인 보호 업무나 적십자 활동에 배정하도록 했다. 대만은 비교적 광범위한 분야에 대체복무제를 활용 중이다. 경찰이나 소방 등 사회치안 분야에서 일하거나 병원, 양로원, 요양시설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교정시설 활동, 과학 연구 등 교육 봉사를 하거나, 화재 방지와 공공건물 관리 활동도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대체복무 기간이 긴 그리스에서는 우체국이나 법원 등 행정기관에서 근무하기도 한다. 그리스·스위스 등은 출퇴근을 원칙으로 하지만 대만은 합숙 생활을 하는 등 근무 형태도 다양하다.

대체복무제 도입 국가들은 대체복무가 병역 기피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고 현역 군복무와 형평성을 갖춰야 한다는 차원에서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보다 더 길게 설정하고 있다. 스위스는 현역(390일)보다 약 1.5배 근무하고, 그리스의 대체복무 기간은 23개월로 현역 복무 기간의 1.9배다. 노르웨이(12개월)는 현역 복무 기간과 대체복무 기간이 같다. 현역 복무 중에도 대체복무 신청이 가능한 나라도 있다.

대체복무 신청 사유는 종교적 문제 외에 다른 사안으로도 확대되는 추세다. 그리스·스위스·핀란드 등이 비종교적 이유에 의한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심사하는 기관을 설치해 병역거부 사유에 대한 진위를 가리는 방식이다. 그리스는 병무국 특별심사위에서 1차 서면 심사, 2차 면접 심사를 거치는데 총기 소지 기록, 폭력 관련 전과 기록 등을 면밀히 검토한다. 고한솔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