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상납받고 새누리당(지금의 자유한국당)의 선거 공천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가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형사대법정 417호에서 열리고 있다. 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가운데)가 법정을 개정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승엽 판사, 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 강명중 판사. 사진공동취재단
재임 시절 3명의 국가정보원장한테서 특별사업비(특활비) 수십억원을 받아 쓴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근혜(66) 전 대통령에게 징역 8년이 추가로 선고됐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국정농단 사건 1심에서 징역 24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대법원에서 1심 형량이 확정되면 박 전 대통령은 32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성창호, 주심 강명중, 이승엽)는 20일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한테 국정원장 특별사업비 33억원을 받고,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특별사업비 1억5000만원을 주도록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국고손실)를 인정해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6년과 추징금 33억원을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친박근혜계 인사들을 국회의원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여론조사를 하거나 연설문을 직접 마련해주고, 당시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구성과 공천룰에 개입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도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박 전 대통령이 불출석한 채 생중계된 선고공판에서 성창호 재판장은 “국정을 총괄하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으로서 권한을 남용하여 국정원 예산을 교부하도록 요구해 지속적으로 국고를 손실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통상적인 뇌물 지급방식과 달리 장기간에 걸쳐 정기적으로 지급했고, 피고인의 도움이 필요한 현안이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 앞서 재판 출석을 거부하는 박 전 대통령을 구인하는 영장을 발부했지만 집행되지 않았다. 검찰은 재판부가 뇌물수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것에 불복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문석)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1심 때와 같은 징역 30년에 벌금 1185억원을 구형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은 다음달 24일 함께 열린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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