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선 전 KTX 승무지부장 인터뷰
전국철도노조 케이티엑스 열차승무지부 김승하 지부장이 21일 오후 서울역에서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에 참여한 승무원 180명에 대한 한국철도공사 직접고용에 잠정합의안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8살, 6살 두 아이의 엄마 돼
20대 후반~30대 투쟁의 시간
땀에 전 티셔츠·모자 쓴 기억만 철탑 농성 1, 2심 승소했는데…
대법원 회사쪽 손 들어준 판결 뒤
통지서 날아올 때마다 잠 못 이뤄 박근혜 정부 사법농단 최대 피해
숨진 친구 명예회복 위해서라도
진실 밝혀질 때까지 계속 싸울 것 다행히 오씨는 가족들이 버팀목이었다. 부모님은 싫은 내색 없이 오씨를 지켜봐 줬다. 직접고용 합의를 이룬 21일 저녁, 남편은 “그동안 고생했다”며 다독여줬다. 2008년 8월 오씨가 서울역 철탑에 올랐을 때, 연애 중이던 남편이 오씨 몰래 먼발치까지 찾아왔다는 것도 이날 처음 알았다. 당시 오씨는 마음이 약해질까 봐 남자친구의 ‘위로 방문’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혼한 이들 중엔 언론에 얼굴 비치는 걸 신랑이 반대하는 이도 있고, 시아버님이 ‘죽기 전 소원’이라며 그만두라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서 많이 참여를 못했죠.” 오씨는 어느 인터뷰에서 “20대를 돌아보면 땀에 전 티셔츠와 모자를 푹 눌러쓴 모습만 떠오른다”고 한 적이 있다. 그때는 모든 게 다 허무하게 날아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고 했다. “항상 ‘해고 승무원’이란 꼬리표가 있었는데, 돌아보면 인생에서 승무원으로 일한 건 2년2개월뿐이에요. 지나간 시간은 하나도 보상되지 않죠. 20대 때 생각했던 직장인의 멋진 모습, 그런 게 한 번도 없었어요. 목에 사원증 걸고 다니는 이들을 보면 아직도 부러워요.” 오씨에게 이번 합의에 만족하는지 물었다. “‘투쟁의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지난 12년 동안 생명·안전업무인 승무직을 회사가 직접 고용하는 게 맞는다고 주장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은 건 아쉬워요. 하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조치는 큰 의미가 있다고 봐요.” 그는 이어 “(그동안) 너무 길게 싸워왔고, 중간 합의점이 필요했다”며 “일단 회사로 돌아가 전환배치를 위해 싸워야 한다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사법 농단’의 가장 큰 피해자로서, 숨진 친구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계속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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