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압수수색시 업무수첩 폐기도 주장
폐기했다던 USB는 사무실서 발견
양승태·한승·심준보 등 ‘텔레그램 망명’
조직적 말맞추기 등 가능성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한겨레> 자료사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 21일 검찰 압수수색 당시 ‘최근 휴대폰을 교체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농단’ 의혹 핵심 관계자들이 줄줄이 ‘텔레그램 망명’을 하는 등, 증거 인멸 및 말맞추기가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지난 21일 임 전 차장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임 전 차장은 이날 “한두 달 전에 휴대폰을 교체했다”고 검찰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신이 법원행정처 근무 시절 작성했던 업무 일지에 대해서도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형사 처벌 사안은 아니다’고 발표한 뒤 직접 찢어 버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개시 이후 휴대폰을 폐기하거나 지인에게 폐기를 지시했다면, 증거 인멸 등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임 전 차장을 비롯한 ‘사법농단’ 핵심관계자들이 말맞추기를 시도하는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3일 보안성이 높다고 알려진 '텔레그램‘ 메신저에 가입한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한승(현 전주지법원장)?심준보(현 서울고법 부장판사) 전 사법정책실장은 각 지난 7일과 지난달 22일 텔레그램에 가입했다. 지난해 2월 인사발령 당일 법원행정처 문건 2만4500여건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된 김민수 전 기획 제1·2심의관도 지난 3일 텔레그램에 가입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중 일부는 언론 보도가 나가자 텔레그램에서 탈퇴하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지난해 3월 퇴임 당시 반출한 뒤 은닉한 것으로 알려진 유에스비(USB) 자료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이 유에스비에는 임 전 차장이 행정처에서 작성하거나 보고받은 문건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차장은 애초 “특조단 조사발표 당시 폐기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사무실 직원 가방에서 몇시간 만에 해당 유에스비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