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표적인 ‘재판 거래’ 의혹으로 꼽히는 강제징용 유관 소송을 맡았던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현직 판사가 “당시 선배 연구관과 대법관 등이 파기 취지의 재검토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ㄱ 판사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ㄱ 판사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보상금 청구사건이 들어와서, 종전 미쓰비시 사건(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의 판시를 인용한 의견서(판결초고)와 보고서를 주심 대법관께 보고했다”며 “선배 연구관이 그 판결 이유가 그렇게 나가면 안 된다며, 판결에서 인용한 미쓰비시 사건을 다시 파기환송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ㄱ 판사가 말하는 ‘미쓰비시 사건’은 2012년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법원 소부가 처음으로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건은 하급심을 거쳐 2013년 8월 대법원에 재상고됐다.
ㄱ 판사는 “나는 물론 총괄부장님까지 누구도 미쓰비시 사건이 다시 재검토되고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었다”며 “대법원이 자신이 내린 판결의 정당성을 당해사건에서 스스로 부정한다는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했다. 당시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ㄴ판사는 <한겨레>에 “미쓰비시 판결은 대법관님 지시로 민사조에서 재검토중이었다”고 전했다.
ㄱ 판사는 당시 대법관도 같은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법관님은 이미 상황을 다 알고 계신 듯 그 미쓰비시 판결이 이상하다면서 한일외교관계에 큰 파국을 가져오는 사건이라면서 다시 한 번 검토해보라고 지시하셨다”고 했다. 그는 “판결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배신하고 국민의 보호를 저버리는 판결을 한다면 사법부의 신뢰를 어떻게 될 것인지 등을 담은 보고서를 썼다가 끝내 보고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ㄱ 판사는 <한겨레>에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측면도 검토한건 사실이고 저도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당시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 움직임이 있었고 외교부에서 외교문제에 관한 의견을 재판과정에서 제기해 온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자체로 문제가 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도 같다”고 전했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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