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3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역사교과서 최종본이 공개되고 있다. 세종/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교육부가 새 역사교과서에서 ‘민주주의’를 기술할 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함께 쓰도록 방침을 뒤집자, 역사과 교육과정을 심의·의결한 교육부 산하 기구가 “의결 내용이 갑자기 바뀐 과정을 공개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26일 교육부 산하 교육과정심의회 역사과위원회는 성명을 내어 “역사과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최종 심의안에 우리 위원회의 심의 결과와 무관한 내용이 담긴 것과 관련해 교육부가 해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역사과위원회는 교과서 개정 내용의 적절성을 판단해 심의하는 법적 기구로, 교과서 집필기준을 바꾸려면 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현재 역사학자 등 전문가 20명이 이 기구에 참여하고 있다.
앞서 위원회는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으로 ‘민주주의’ 표현을 의결했는데, 이를 넘겨받은 교육부가 확정고시를 나흘 앞둔 지난 23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을 함께 쓰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위원회 쪽은 “교육부 입맛대로 집필기준을 수정하는 것은 2015년 국정 역사교과서를 추진한 이전 정권의 ‘적폐’를 재현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한 위원회에 속한 이들은 교육부가 기존 의결 내용을 존중하지 않을 경우 위원직을 사퇴하기로 했다. 교육부로부터 의결 결과를 회수하는 법적 절차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과위원회의 한 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 위원회에 한마디 상의도 없이 핵심 의결 내용을 뒤집은 것은 정부가 법적 기구인 위원회를 상대로 ‘속임수’를 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지원 역사과위원회 위원장(대림대 교수)은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청와대까지 이런 방식의 집필기준 수정에 동의했다면, 위원회가 끝까지 싸워야 하는 문제”라며 “교육부가 결정 과정을 반드시 공개해야한다”고 말했다.
홍석재 황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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