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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법원, ‘징용 배상 사건’ 5년 방치하다 갑자기 ‘전원합의체 회부’

등록 2018-07-27 16:01수정 2018-07-27 18:16

대법원, 파기환송 사건 재상고 뒤 뻔한 결론 미루다
‘재판 거래’ 의혹 불거진 시점에 ‘전합 넘긴다’ 발표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 6월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 6월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표적인 ‘재판 거래’ 의혹으로 꼽히는 ‘‘일제 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사건’이 파기환송 뒤 원심을 거쳐 다시 대법원에 재상고된 지 5년 만에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대법원은 여아무개(95)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본제철주금(옛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재상고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고 27일 밝혔다.

전원합의체는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2명과 대법원장 등 13명이 모두 참여하는 재판으로, 명령·규칙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거나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 외에 국민적 관심도가 높거나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한 대법원의 최종판단이 필요한 사건 등을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로부터 넘겨받아 심리한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5명은 2000년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부산지법에, 일본제철 징용피해자 4명은 2005년 신일본주금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각각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이들은 1·2심에서 패소했으나, 2012년 5월 당시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처음으로 일본 전범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일본 법원 판결은 일제강점기의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므로 그 효력을 승인할 수 없다”며 “원고들의 청구권이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없어졌다는 피고들의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파기환송 뒤 원심은 대법원의 판결 취지대로 원고 한 사람당 1억원(서울고법) 또는 8천만원(부산고법)의 손해배상을 하도록 판결했다. 이들 사건은 2013년 8월 대법원에 재상고 됐다. 그러나 법원은 5년이 다 되도록 결론을 내지 않다가, 이 사건을 둘러싼 재판 거래 의혹이 거세게 제기된 뒤인 27일에야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이와 관련해선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일본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쪽으로 이 사건 판결을 뒤집을 것을 희망하는 박근혜 정부 쪽의 부적절한 요구에 따라 재상고심의 결론을 미뤘다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5월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일 우호관계 복원’을 이유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사건에 대하여 청구기각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기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의 2015년 3월 법원행정처 작성 문서를 공개한 바 있다.

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재상고심의 결론을 미루는 대가로 외교부로부터 해외 파견 법관 자리를 추가로 얻어내려 한 정황도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한겨레>가 확인한 2015년 법원행정처 문건에는 행정처가 외교부와 징용 재판 관련 정보를 공유하면서 “국외 송달을 핑계로 자연스럽게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긴다”는 등 재판지연을 시도한 흔적도 담겨있다.

실제로 신일본주금 징용피해 배상 사건은 2013년 8월9일 대법원에 접수된 뒤 8월13일 재판을 맡을 소부까지 배당됐으나 일본 기업 쪽의 상고이유서와 상고이유 보충서를 제출받는다는 이유로 2015년 6월까지 2년 가까이 심리를 미뤘다. 주심 대법관도 2014년 6월에야 지정됐다. 그 뒤에도 대법원은 ‘법리검토’ ‘쟁점에 관한 재판부 논의중’ ‘관련 사건을 통일적이고 모순 없이 처리하기 위해 검토중’이라는 등의 이유로 결론을 미뤄왔다. 소송이 지연되는 동안 소송을 낸 두 사건의 징용 피해자 9명 중 7명이 고령 등으로 사망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2012년 대법원 판결이 매우 큰 의미를 지닌 것인데도 전합이 아닌 소부에서 판결한 것에 대해선 당시에도 하급심 판사들 사이에서 말이 많았다. 지금 와서 그 판결을 뒤집는다면 ‘매국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전합 판결로 당시 소부 판결에 쐐기를 박으려는 것이기 바란다”고 말했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한참 재판 거래 의혹이 제기되는 와중에 전합 회부를 발표한 것이어서 시점이 이상하다. 애초에 전합에 회부될 만한 사건이어서 연기가 불가피했다는 점을 내세우려는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전합에 회부되면 선고까지 더 늦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대법원은 전합에서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이 개인청구권에 미치는 효력, 징용 피해자들이 청구권을 행사하는 데 장애가 없어진 시점, 청구권 행사 기한 등을 쟁점으로 삼아 심리할 예정이다.

한편 대법원은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79)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52)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사건 상고심도 전합에 회부했다.

대법원은 블랙리스트 작성과 시행이 직권남용죄에 해당하는지, 피고인들에게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하는지 등을 중점 심리할 예정이다.

여현호 선임기자, 현소은 기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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