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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법농단 수사 협조” 말한지 40여일…대법, 되레 빗장 걸기

등록 2018-07-29 21:08수정 2018-07-29 23:58

검찰, 행정처 자료제출·강제수사서
번번이 법원 벽 못넘어 난항 겪어

“재판거래 없다”는 안철상 처장이
자료 임의제출 ‘지휘’ 부적절한데다
수사대상이 자료 선별하고
그것도 기조실 하드에서만 허용
‘임의제출’ 명분으로 영장 기각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의혹에 대처하는 대법원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수사 적극 협조’를 약속한 지 40일이 넘었지만, 검찰은 법원행정처의 자료 임의제출과 강제수사 과정에서 번번이 법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 <한겨레> 자료사진
안철상 법원행정처장. <한겨레> 자료사진
① 안철상 처장의 ‘수사 지휘’?

“재판 거래를 인정할 자료나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17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한 발언이다. 지난 5월 “뚜렷한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처장) 발표 이후 ‘재판 거래’ 의혹을 뒷받침할 정황이 계속 드러나고 있지만, 50여일이 지나도록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특조단장이던 안 처장이 자신의 결론을 뒤집는 의혹을 밝히는 데 부담감을 느끼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정원 댓글사건처럼 특조단 조사 대상에 포함됐지만, 일부 문건이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며 ‘부실 조사’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한 부장판사는 “안 처장이 임의제출을 ‘지휘’하는 사법행정 책임자로 있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② 수사대상인데 재판하듯 자료 제출

행정처 관계자 상당수는 사법부 수사가 ‘사법부 독립’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일선 판사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사법부 수사가 엄밀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건 맞지만, 자칫하면 ‘사법부는 성역’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신호)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행정처가 임의제출 과정에서 예민한 자료를 ‘족집게처럼’ 집어내 빼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공개된 것보다 더 충격적인 ‘재판개입’ 의혹 관련 자료에 대해서는 더 엄밀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현직 판사가 연루된 ‘부산 법조 비리’ 관련 재판 개입 정황이 짙은 윤리감사관실 작성 문건도 진통 끝에 최근 검찰에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 집 인근 공원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 집 인근 공원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③ 영장엔 집행조건 ‘깨알’ 지휘

“이메일 ‘제목’을 압수수색하되, 당사자들이 동석한 상태에서 집행하라.” 이언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가 지난 20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심경 전 사법지원총괄심의관 등의 이메일 압수수색 영장을 내주면서 제시한 조건이다. 이메일 제목만 보라는 판단도 이례적인데, 당사자 동석까지 요구하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검찰 안팎에서 쏟아졌다.

일선 법원이 3차례에 걸친 검찰의 압수수색·통신·이메일 영장 청구를 대거 기각하면서, 강제수사는 초장부터 쉽지 않은 상태다. 특히 ‘사법농단’의 진상 규명에 필수적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 등에 대한 영장은 잇달아 기각됐다.

애초 법원 내부에서는 “임 전 차장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자료 등만 확보해도 나머지 강제수사는 수월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검찰이 지난 21일 임 전 차장 사무실에서 확보한 유에스비(USB)에 포함된 자료를 보충해 재청구한 영장이 연거푸 기각되면서, 이런 전망이 ‘낙관’에 불과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④ 기조실은 ‘적법절차’ 예외지대?

현재 검찰은 행정처 기획조정실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한해 열람하고 일부 자료를 제출받고 있다. 행정처는 임의제출 과정에서 불법성 여지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의제출은 ‘자발적’ 절차인 만큼, 이런 태도도 일견 납득할 만 하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도 많다. 행정처는 “사법정책실·지원실 등에는 공무상 비밀이 담겨 있는 파일이 많고, 현재 제기되는 의혹과 관련성이 적다”고 주장한다. 이는 기조실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기준이지만, 행정처는 “이때문에 법 위반 가능성을 일부 무릅쓰고 임의제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대법원 자체 조사에서 충분히 밝혀지지 못한 진상 규명을 위한 수사인 만큼, 최대한 협조하는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아리송한 기준이 대법원의 수사 협조 의지를 의심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다.

⑤ 대법원-영장판사 ‘핑퐁’ 게임

“행정처의 임의제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7일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부산 법조 비리’ 은폐 의혹 관련 행정처 윤리감사관실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며 내놓은 이유다. 이미 25일 행정처가 “윤리감사관실 문건 등을 임의제출할 계획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밝혔는데도, 영장전담 판사는 임의제출 가능성을 ‘빌미’로 압수수색을 불허한 것이다.

더구나 허 판사는 ‘부산 법조 비리’ 관련 청와대와 ‘연결고리’로 의심받고 있는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구치소 압수수색 영장도 내주지 않았다. “증거물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없다”는 ‘이례적인’ 기각 사유를 들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및 ‘드루킹’ 김동원씨 등 여러 건의 구치소 압수수색 영장을 내준 바 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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