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에 대한) 과감한 정당해산 결정의 기대효과로 보수 정치세력과 일부 여론을 확실한 우군으로 확보할 수 있다.”
양승태 대법원의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2014년 8월13일 작성한 ‘이석기 내란음모사건 항소심 선고 결과 분석’ 문건에 나오는 문구다. 양승태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 결과가 통합진보당의 위헌정당해산심판 사건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한편, 향후 전망과 대응 방안을 정리하면서 이런 분석을 내놨다.
31일 대법원은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사법농단과 관련해 추출한 410개 문서파일 중 196개 문서파일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날 대법원이 추가로 공개한 문건에는 이른바 ‘내란음모 사건’ 항소심 선고가 내려진 뒤 작성된 문건도 포함됐다. 2014년 4월11일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이민걸)는 내란음모·선동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징역 9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 나머지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면서 핵심죄목이었던 ‘내란음모 혐의'는 1심과 다르게 무죄를 선고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행정처는 이 전 의원에 대한 항소심 판단을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심판 결과에 대해) 언론과 국민의 주목을 끌 수 있는 기회”로 정의했다. 이어 “흥행에 유리한 다양한 요소”로 △이정희 대표·황교안 장관 등 지명도 높은 유력인사가 직접 변론하고 △이정희 대표에 대한 ‘비호감적 사회적 관심’이 여전하다는 점 등을 꼽았다.
문건을 보면, 대법원이 경쟁관계에 있는 헌법재판소를 의식하며 국회 대응 방안을 고심한 내용도 나온다. 행정처는 항소심 결과를 두고 새누리당 등 보수 정치세력의 공격을 예상하면서 “최고법원인 대법원에서 내려진 결론에 헌법재판소가 영향을 받게 될 수도 있겠으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는 국감용 ‘답변 가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행정처는 이석기 전 의원의 항소심 재판과 세월호 사건을 비교하며 ‘언론의 관심이 적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문건은 일선 기자들의 의견 등을 적으며 “(항소심 사건이) 세월호 사건 등 다른 이슈에 다소 밀리는 듯한 분위기? 심층적인 분석기사나 의견 표명이 상대적으로 적음”이라고 분석했다. 언론을 ‘보수언론(조·중·동)’과 ‘진보언론(한겨레·경향)’으로 나눠 항소심 판결에 대한 언론 보도 내용을 분석하기도 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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