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학년도 대학 입시제도 개편 공론화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3일 국가교육회의 산하 대입개편 공론화위원회가 발표한 ‘시민참여 공론화 결과’를 보면, 2022학년도 대학 입시제도에 나타날 주된 변화는 ‘정시 확대’일 것으로 보인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절대평가 확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수능 위주의 정시모집 규모를 줄이고, 수능 절대평가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해온 교육·시민단체에서는 이런 결과가 ‘교육개혁의 후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시민참여단의 공론화 조사결과와 여러 입시전문업체의 분석을 종합할 때, 예상되는 정시 확대 범위는 30% 남짓이다. 공론화위 발표 직후 유웨이중앙교육에서는 정시 비율이 30~35%, 종로학원하늘교육은 30%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공론화 조사에 참여한 시민참여단의 절대다수(82.7%)도 정시가 지금 수준(20% 안팎)에 견줘 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공론화위가 시민참여단의 의견을 종합해 통계기법으로 구한 ‘정시 비율 기대 중간값’도 39%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교육회의 관계자는 “교육부에 구체적인 정시 확대 비율을 권고하기보다는, 일정 범위를 제시하는 방식이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가교육회의 대입개편특별위원회는 이번 공론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7일께 교육부에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을 전달할 예정이다.
국가교육회의의 권고를 바탕으로 교육부가 수능 위주 정시 확대를 결정하게 되면, 당장 예상되는 결과는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의 경쟁력 강화다. 수능의 위상이 높아지면, 내신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자사고나 외고 진학을 망설인 중학교 3학년 학생이 더이상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문제풀이식 수능 준비에는 자사고 등이 유리하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해 출범 이후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온 정부의 교육체제 개편에도 일정한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이에 대해 좋은교사운동은 “고교 교육 정상화 흐름이 중단될 뿐만 아니라 대학 자율성 침해에 따른 법적 갈등, 사회적 공정성 악화라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공정성 논란이 컸던 학생부종합전형의 지나친 확대를 막고, 좀더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수능 위주 정시를 더욱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표는 “시민참여단이 ‘정시 45% 이상 확대’를 포함한 대입개편 시나리오에 가장 많은 지지를 보낸 만큼, 피말리는 내신 경쟁 완화를 위해 사회적 합의로 도출된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부터 교육계에서 큰 논란을 빚어온 수능 절대평가 전면 도입에 대해 국가교육회의가 유보적 태도를 취한 것도 교육·시민단체가 우려하는 지점이다. 공론화위 시민참여단은 수능 절대평가 확대에 대해 절반이 넘는 지지(53.7%) 의견을 보냈다. 그런데도 국가교육회의는 “중장기적으로 절대평가 과목의 확대가 적절하다는 의견이 높았다”며 이를 장기과제로 미뤘다.
문제는 현행 수능 상대평가 체제가 내신 절대평가나 고교학점제 등 현 정부가 내세운 대표적 ‘공교육 정상화’ 과제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학·국어 등 수능 상대평가 과목에서 빚어지는 ‘성적순 줄세우기’가 여전하면 과목 선택권 보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학점제 도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어 “내신과 수능 상대평가가 경쟁을 부추기는데 교실 수업이 홀로 교육 혁신을 위해 작동할 수는 없다”며 “대통령 공약인 ‘전국 모든 학교의 혁신학교화’와 국민 지지가 높았던 고교학점제도 폐기 수순으로 돌입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가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방향에 대해 결론이 명확하지 않은 ‘절충형 해법’을 내놓자, 애초 공론화 과정 자체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교육부가 대입제도 개편에 관한 구체적인 방향과 이유를 충분히 제시하지 않은 채, 비전문가가 참여하는 시민참여단에 ‘학생 선발의 기술적 과제’를 맡겼다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대입제도 공론화가 일반 시민이 숙의하기에 적합한 주제인지 아닌지 신중하게 판단하지도 않고, 정부가 책임져야 할 사안을 공론화 과정에 떠넘겼다”며 “이는 정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태도”라고 짚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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