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 개편 특별위원회 김진경 위원장이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대입개편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국가교육회의는 현재 중3이 치를 2022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의 정시모집 규모를 지금보다 확대하라고 교육부에 권고했다. 수능 상대평가 원칙은 유지하되, 절대평가 과목에 제2외국어·한문을 추가하라는 권고도 나왔다. 교육부는 이번 권고를 바탕으로 이달 말 대입개편 최종안을 내놓는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교육부에 넘길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을 발표했다. 대입개편의 핵심 쟁점이 된 신입생 선발 방법과 관련해 국가교육회의는 “전체 대입전형 대비 수능 위주 정시전형 비율을 정하지 않되, 현행(20.7%)보다 확대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수시 100% 전형’을 하는 일부 특수대학과 학생 수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대학 등에 대해서는 예외 규정을 적용하도록 했다.
국가교육회의가 ‘현행보다 정시 확대’라는 권고를 내놓은 배경에는, 대입전형의 여러 요소 가운데 그나마 수능과 정시가 가장 공정하다고 판단하는 ‘절대다수의 여론’이 있다. 실제로 대입개편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참여단의 82.7%는 적정 정시 비율을 묻자 ‘20% 이상’이라고 응답했다. 학교생활기록부가 아니라 수능으로 대학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지금보다 넓혀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또한 시민참여단은 수시와 정시 등에 대한 지지 의사를 결정하는 8가지 요인 가운데 ‘선발 과정의 객관성 확보’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입시제도의 방향과 관련해서도 ‘공정하고 투명한 제도’ 항목에 95.7%에 이르는 지지를 보냈다.
수능 일부 과목 상대평가의 원칙도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능은 영어·한국사만 절대평가로 치러진다. 국가교육회의는 여기에 제2외국어와 한문 과목을 추가하고, 수능에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이 포함되면 이들 과목에도 절대평가를 적용하라고 권고했다. 국어와 수학 등 주요 과목은 상대평가를 유지하되, 절대평가 확대를 요구하는 일부 시민참여단의 뜻도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이번 권고안이 수능 절대평가의 확대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사교육 완화 등 전 과목 절대평가 도입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여전히 상대평가 방식으로 남아 있는 국어·수학 등을 중심으로 사교육 경쟁이 더 심해지는 ‘풍선 효과’가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태 21세기교육연구소장은 “대학 입시에서 실제 영향력을 갖는 과목은 국어와 수학 등인데, 이들 주요 과목은 모두 빼고 당락과 거의 무관한 한문 등을 절대평가에 포함한다는 것은 ‘생색내기’로 보인다”고 짚었다.
또다른 대입개편 과제였던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 활용은 지금처럼 대학 자율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신인령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시민 의견을 바탕으로 한 입시제도 개편을 통해 새 대입제도가 국민 신뢰를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교육부로서는 국가교육회의 권고안이 현행 대입제도와 큰 차이가 없어 ‘반송 편지’를 다시 건네받은 결과가 됐다. 교육부는 이번 권고안을 바탕으로 이달 말 대입개편 최종안을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정시 비율과 관련해서는 고등교육법 등이 대학 정책의 자율권을 보장하고 있는 만큼 교육부가 ‘범위’를 설정한 뒤 대학 재정지원사업 등과 연계해 이를 유도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대입특위 위원장도 “법이 대학 자율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정시 비율을 따르는 실효적인 방법은 집행부서인 교육부가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가교육회의 권고안이 나오자 여러 교육단체는 ‘정부의 공교육 포기 선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논평에서 “권고가 현실화되면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혁신교육의 동력은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대입 전반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러지 않았다”며 “교육부가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긴급 대책회의에서 “국가교육회의 공론화 결과를 존중해 이달 안에 차질없이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을 발표할 것”이라며 “공교육 정상화와 학교혁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중3 학생들이 대입을 치르는 2021년부터 적어도 3년간 이번 개편안을 적용받는다.
홍석재 황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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