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제도 개편안 ‘부실한 공론화 설계’…여론서 뭇매
교육부, 다음달 시민 의견 듣는 ‘숙려 정책’ 잇따라
서울시교육청도 ‘편안한 교복’ 문제 숙려제 도입키로
교육계 “시민의견 반영 긍정…전문영역인 점 고려해야”
교육부, 다음달 시민 의견 듣는 ‘숙려 정책’ 잇따라
서울시교육청도 ‘편안한 교복’ 문제 숙려제 도입키로
교육계 “시민의견 반영 긍정…전문영역인 점 고려해야”
2022학년도 대입개편 공론화가 현행 제도를 사실상 유지하는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부정적 평가가 잇따르면서 앞으로 추진될 ‘시민참여형 교육 정책’들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9일 교육부는 다음달부터 ‘학교폭력 예방’과 ‘유치원방과 후 영어학습 금지’ 개선안을 숙려제 안건에 부쳐 해결책을 찾기로 했다. 학교폭력 문제는 가해·피해자가 모두 학생 신분인 경우가 많은 데다, 학교폭력위원회가 결정한 징계처분이 학교생활기록부에 남거나 경찰 수사로 까지 이어질 수 있어 종종 사회 문제로 번져왔다. 유치원방과 후 영어학습의 경우, 교육부가 유치원생 선행 수업 등을 막겠다며 올해초 사실상 강제 금지 조처 방침을 밝히자 학부모 단체 등이 강력 반발하면서 시민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숙려제 안건으로 삼기로 했다.
하지만 교육 당국이 논쟁이 큰 사안에 잇따라 시민의견을 절대적으로 반영하는 숙려제를 도입하기로 방침을 밝힌 데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갈등이 첨예한 정책 사안에 이해당사자들을 포함해 ‘사회적 합의’를 유도해 정책에 반영한다는 입장은 좋지만, 시민 의견을 모으는 ‘여론 수렴 설계 과정’이 정교하지 못한 탓에 오히려 혼란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일 새 대입개편 공론화 결과가 사실상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현행 유지’에 가까운 입장을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숙려제는 ‘작은 규모의 공론화’로 불리는 제도다. 애초 국가교육회의는 공론화를 통한 결론으로 구체적인 새 대입제도안을 권고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쟁점이 된 ‘정시 확대’와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 의견이 팽팽하게 맞붙자 ‘정시를 현행보다 확대하고 수능 절대평가를 일부 확대하라’는 식으로 어정쩡한 결론을 낸 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교육부로서는 국가교육회의의 허술한 권고안을 바탕으로 어떻게든 2022학년도 이후 3년간 대입정책을 마련하는 입장이다. 교육부 한 관계자는 “대입개편을 공론화를 한다는 것 까진 좋았는데, 설계 단계부터 여러 경우에 수에 맞춰 치밀하게 설계를 했다”며 “이런 식으로 결론을 내면 어떻게 정책을 만들라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시민 의견’이 정확히 정책에 반영되도록 공론화 설계가 정교하지 이뤄지지 못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학부모·교사 등 교육 당사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 뿐 아니라 지난달 서울시교육청도 ‘편안한 교복 가이드라인 마련’을 숙려제 안건에 부쳐 해결책을 찾기로 했다. 하지만 올해 5월 현재 서울 학교 87%가 이미 여학생의 교복 바지 선택권을 보장하는 데다, 불편한 교복을 피하자는 데 찬반 갈등이 격렬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숙려제로 논의하는 게 적절하냐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정부 차원의 공론화에서도 각종 논란이 빚어진 상황에서 시 교육청 단위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의제 설계’가 가능한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앞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육부 숙려제와 관련해 “정책 숙려제에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는 만큼 이에 적합한 정책이 어떤 것인지부터 검토해야 한다”며 “국민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교육부의 책임을 방기한다는 비판을 되풀이해 들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시민 참여를 통해 교육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전문적인 영역의 교육 문제를 짧은 숙의과정을 통해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 개편 특별위원회 김진경 위원장이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대입개편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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