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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축구로 하나된 남북 노동자

등록 2018-08-11 21:18수정 2018-08-12 10:54

상암월드컵경기장서 열린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4월 판문점 선언 이후 첫 남북 민간교류행사
한반도기 흔들며 누가 골 넣든 큰 환호성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가 열렸다.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가 열렸다.

남과 북의 노동자들이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을 누비며 치열하게 공을 주고받았다. 11일 오후 남쪽의 민주노총·한국노총과 북쪽의 조선직업총동맹(조선직총)이 공동으로 개최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가 열렸다. 지난 4월 27일 남북의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 합의한 이후 첫 번째로 열린 남북 민간교류행사다.

이날 오후 4시께 붉은 색 유니폼을 입은 북쪽의 선수들과 하늘색 유니폼을 입은 남쪽의 선수들은 서로 손을 잡고 한손에는 한반도기를 흔들며 경기장에 입장했다. 경기장 안에는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는 관객들의 환호성이 가득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양쪽의 국기 대신 거대한 한반도기가 계양됐다.

경기는 두 차례 진행됐다. 남쪽의 한국노총 대표팀과 북쪽의 조선직총 건설노동자팀, 민주노총 대표팀과 조선직총 경공업팀이 연이어 두 번의 경기를 치뤘다. 조선직총 축구팀은 한국노총 대표팀과의 경기에서는 1 대 3으로, 민주노총과의 경기에서는 0 대 2의 성적으로 승리했다.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가 열렸다.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가 열렸다.
하지만 승패를 떠나 관객들은 너나없이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관객들은 한반도기를 들고 ‘우리는 하나다’라는 구호가 새겨진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누가 골을 넣든 크게 기뻐하며 박수를 쳤다. 북쪽의 선수가 쓰러진 남쪽의 선수를 일으켜 세울 때는 골을 넣은 것처럼 큰 환호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도 승패를 떠나 환하게 웃으며 상대선수의 손을 맞잡았다. 경기장을 찾은 최희근(42)씨는 “보통 축구경기와 달리 누가 골을 넣든 우리팀이 넣은 것 아니겠느냐. 단발성이 아니라 이렇게 축구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에 앞서 이뤄진 대회사에서 남북 양쪽의 노동자 대표들은 이번 경기가 ‘판문점 선언’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임을 강조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2015년 평양에서 열린 통일 축구에서 조선직총 수도총국 팀에 6대 0으로 완패했지만 억울하다기보다 동포들의 뜨거운 애정에 감동했다”며 “이번 대회는 남과 북의 노동자들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통일운동에 주도적으로 나서자는 약속과 다짐의 대회”라고 말했다. 이어 연단에 선 주용길 조선직총 위원장도 “이 땅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엄숙히 선포한 판문점 선언에 따라 오늘 이 자리가 마련됐다”며 “판문점 선언 이행 운동을 힘 있게 벌여 통일을 견인해나가자”라고 말했다.

북쪽 대표단 64명은 경기가 끝난 뒤 숙소인 워커힐호텔로 이동해 환송 만찬에 참석한다. 12일에는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 공원에서 전태일 열사 묘소를 참배하고 서해 육로로 귀환하며 2박3일의 방남일정을 마칠 예정이다.

글·사진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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