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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홍대 불법촬영 유포’ 실형…“여성 피해 사건 때도 이랬나”

등록 2018-08-13 16:36수정 2018-08-14 08:37

“피해자 고통 감안하면 이상적인 판결”
그간 벌금·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 많아
앞으로 ‘동일범죄 동일처벌’ 기폭제 될 듯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 누리집 갈무리.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 누리집 갈무리.
남성 모델의 누드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유포한 동료 여성 모델에게 징역 10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여성계에서는 반발과 환영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나왔다. 법원이 ‘편파수사’ 논란의 발단이 됐던 이 사건에 엄정한 처벌 의지를 밝히면서, 이번 판결이 ‘동일범죄 동일처벌’ 요구의 기폭제가 될지 주목된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이은희 판사는 13일 불법촬영한 사진을 유포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안아무개(25)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인격적 피해를 줬다”며 “남성혐오 사이트에 피해자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게 해 심각한 확대재생산을 일으켰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특히 이 판사는 ‘성별에 따라 처벌의 강도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겪었을 정신적 고통에 반성과 용서를 구하고 있고 진심으로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반성만으로 책임을 다할 수 없다.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 피해자가 남자냐 여자냐에 따라 처벌의 강도가 달라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여성계에서는 그간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과는 결이 다른 이례적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여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 활동가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촬영 피해 사례를 여럿 보았지만 가해자에 대해 실형까지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신속한 경찰 수사부터 엄격한 법원 판결까지 이상적이면서도 이례적인 판결”이라고 짚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워마드’ 이용자들은 “진짜 여자를 동등하게 대할 생각이 없는 건가”, “웹하드 헤비업로더는 5만원 벌금이었는데 이게 말이 되냐”며 크게 반발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가 지난 5월 공개한 ‘2017 디지털 성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지원 방안 연구’에 나오는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의 1심 양형을 보면, 벌금형이 72%, 집행유예가 15%, 선고유예는 7.5%였다.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5.3%에 불과했다. 촬영자가 불법촬영 후 촬영물을 유포한 경우로 한정하면 분석대상 판결 66건 중 징역형이 선고된 사건은 18건(27.27%)이었다. 여성계의 볼멘소리에도 근거가 있는 셈이다.

숱한 논란 가운데 나온 이번 판결은 향후 관련 수사와 재판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사건을 계기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석달째 이어지며 수만명의 여성이 거리에 나와 “동일범죄 동일처벌”을 촉구해왔다. 불법촬영 유포 혐의자에게 ‘실형’이라는 기준점이 제시된 이상, 법원이 이전의 너그러운 태도로 다시 돌아가긴 어렵기 때문이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신속한 수사와 엄격한 판결은 그 자체로는 칭찬받을 일이다. 하지만 여성들이 피해자인 사건도 그렇게 처리해왔는지 묻고 싶다”며 “여성들의 요구는 분명하다. 디지털 성범죄를 홍대 불법촬영 유출 사건처럼 처리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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