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감사팀이 지난해 서울 한 학교의 비위 조사를 위해 들어가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강남 명문고 보직부장 교사의 시험지 유출 의혹 등 논란이 잇따르는데도, 전국 고교 시험지 보관시설에 폐회로텔레비전(CCTV) 설치비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새 시험지 유출사건이 한해 두 건 이상 일어나는데 교육부가 늑장 대응을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국회 교육위원회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고교 시험지 보관시설 CCTV 설치현황’을 보면, 전국 2366개 고교 가운데 시험지 보관시설에 CCTV를 설치한 곳은 1100곳(46.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전북이 전체 133개교 가운데 CCTV를 설치한 곳이 19개교(14.3%)에 불과해 전국에서 가장 낮은 비율을 보였다. 대전(27.4%), 충남(29.7%)도 20%대를 넘지 못했다. 반면 울산은 전체 57개 학교 가운데 52개(91.2%)가 CCTV를 설치해 가장 높은 수준의 보안시설을 갖췄고, 대구(89.2%)가 뒤를 이었다. 가장 많은 고교가 있는 경기는 474곳 가운데 201곳(42.4%), 서울은 321곳 가운데 210곳(65.4%)가 CCTV가 설치됐다.
최근 5년간 시험지 유출사건이 한해 2건 이상 벌어지는데, 교육부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4~2018년 사이 고교 시험지 유출 사건은 모두 13건으로 한해 평균 2.6건이 일어났다. 공립고와 사립고에서 각각 6건, 7건으로 공·사립을 가리지 않았다. 실제 지난해 서울 고교에서 시험문제 출제교사가 시험지를 빼내 학원 원장에게 전달하는가 하면, 올해도 광주에서 고교 행정직원이 인쇄 과정에서 시험지 원안을 빼내 학부모에게 전달하는 일이 이어졌다. 또 최근 강남의 한 고교에서는 시험지 확인 권한이 있는 부장교사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두 딸이 동시에 성적이 급상승하면서 전교 1등을 한 일도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해당 학교에 대한 특별장학(조사)와 감사를 잇따라 진행하고 있다. 특별장학이 장학사들이 현장에서 진상을 확인하는 수준의 조사라면, 감사는 시 교육청 감사관실이 나서 16일부터 일주일간 사건 전반을 ‘정밀 조사’하게 된다. 앞서 이 학교는 ‘시험지 유출 의혹’이 확산하자 먼저 진상규명에 나서겠다며 시 교육청에 특별장학과 감사를 요청한 바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육부는 지난 7월에야 ‘학생부 신뢰도 제고를 위한 회의’에서 △시험지 보안관리 시·도 교육청 지침 개정, 인쇄·시험지 관련 시설에 CCTV 설치 확대 등 대책을 내놨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교육부가 그동안 사실상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다가, 최근 언론이 이에 주목하자 늑장, 졸속 대응을 한것은 문제”라며 “시험지 유출 사고 예방과 사후 대응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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