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의 고액 민자 기숙사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2년 아큐파이 대학생운동본부 학생들이 민간자본으로 세워진 서강대 곤자가 기숙사 앞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대학 기숙사의 설립과 운영에 민간기업 참여가 확산하면서 일부 대학이 한해 등록금과 맞먹는 수준의 ‘고액 기숙사비’를 걷는 관행이 거듭되고 있다. 전세보증금 1억~2억원짜리에 해당하는 기숙사 비용을 보통의 학생들이 감당할 수준으로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대학교육연구소(소장 박거용)가 공개한 ‘2017년 대학별 기숙사 비용 현황’을 보면, 지난해 전국 63개 대학(국립대 35곳·사립대 28곳)이 민간 기업이 설립한 기숙사 124동을 운영하면서 대학생 8만3천명 가량을 수용했다. 지난해 국내 전체 대학 기숙사 수용인원이 40만명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기숙 대학생 열에 둘은 민자 시설을 이용한 것이다. 문제는 민자 기숙시설 이용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대학 기숙사는 원칙적으로 대학이 직접 설립·운영해야하지만 2005년 관련법 개정으로 민간기업에 문을 열어주면서 빚어진 일이다.
실제 지난해 민자 기숙사를 운영하는 63개 대학 가운데 18개 대학(국립 6곳 포함)이 1인실 기준 한달 30만원을 넘는 기숙사비를 받았다. 전세 보증금 기준으로 ‘1억원 가까운 한칸 전세’라는 말이 나온다. 이 가운데 연세대 신촌캠퍼스 ‘에스케이(SK) 국제학사’는 1인실 한달 기숙비가 65만5천원으로 1년을 이용하려면 786만원을 내야한다. 연세대 인문계열 1년 등록금 835만원에 육박하는 큰 돈이다.
건국대 민자기숙사 58만5천원, 숭실대 레지던스홀 54만9천원을 비롯해 경희대, 고려대, 상명대 등 한달 40만원 이상 기숙비를 내는 학교도 8개 대학이었다. 국립대 가운데도 서울과학기술대(43만8천원), 제주대(41만7천원) 등이 높은 기숙사비를 요구했다. 민자 기숙사 운영대학 가운데 방 하나를 나눠쓰는 2인실에도 학생 한명이 내는 돈이 30만원을 넘는 곳이 11곳이나 됐다. 학생들의 민자 기숙 비용이 높아진 것은 민간기업이 지은 기숙시설의 소유권을 대학에 넘기는 조건으로, 정부가 지나친 혜택을 보장했기 때문이다. 실제 현행 네 종류의 민자 기숙사 사업은 수익형민자사업(BTO)의 하나인 ‘행복기숙사’ 방식이 월 24만원 이하(2인실 기준) ‘표준 기숙사비’를 준수하도록 한 것 외에 사실상 기숙 비용을 규제할 별다른 수단을 두지 않고 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 기숙사는 필수 교육시설에 해당하는 만큼 대학이 직접 설립·운영해 학생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며 “다만 이미 지어진 민간시설 등을 감안해 실질적 기숙 비용을 줄일 방안을 포함한 공공시설로의 전환 등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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