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최순실씨.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국정 농단’을 합작한 40년지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항소심에서도 1심 때와 마찬가지로 ‘법정 불출석’과 ‘억울함 호소’로 일관했다. 반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국정농단 관련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며 선처를 기대했고, 다음달 항소심 선고가 예상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피해자 전략’을 썼다.
지난해 10월부터 ‘재판 보이콧’을 이어가는 박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4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도 포기한 채, 이후 재판에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문석)는 지난 6월8일 박 전 대통령 항소심의 첫 공판을 열었지만, 피고인의 불출석으로 재판을 한차례 연기했다. 그 뒤 네차례 재판이 열렸지만, 검찰이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30년을 구형한 지난달 20일 결심 때까지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같은 재판부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은 최씨는 여전히 특검을 공격하고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며, 국정농단 사건이 태블릿 피시 조작 등으로 기획됐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1심(징역 20년)은 저한테 사형을 선고한 거나 마찬가지고 재산몰수로 가족을 죽인 것과 같다”고 했고, 최후 진술 때는 “제 이익을 위해 국정을 농단한 적이 없는데 저를 모함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생명을 끊으려는 기획”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최씨와 함께 재판을 받은 안 전 수석은 항소심 첫 재판부터 국정농단 관련 주요 혐의를 다투지 않겠다고 했다. 1심에서 징역 6년이 선고된 안 전 수석은 지난 6월20일 최후 진술에서 “박 전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점을 뼈저리게 반성한다. 저는 이 사건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알고 진실되게 증언했다. 1심 판결을 상당 부분 인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안 전 수석은 양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저와 가족의 명예를 지키겠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1심은 그가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한테서 명품 가방과 미용 시술 등 4949만원어치를 뇌물로 받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1심에서 박근혜·최순실·안종범과 같은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은 신동빈 회장은 세 사람과 달리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강승준)의 심리로 재판을 받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달 피고인 신문에서 박 전 대통령의 면담 제안과 관련해 “경영권 분쟁에 대해 여러 질책을 하실까 생각해 겁이 났다. 대통령이 미워하는 상황에서 사과하러 갔는데, 면세점 (청탁)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상상도 못 할 일”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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