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으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최순실씨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가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가운데, 최씨를 대리하는 이경재 변호사가 “1심에 이어 2심도 여론의 압박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재판부를 거세게 비판했다.
24일 오전 이경재 변호사는 최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이 끝난 뒤, 서울중앙지법 서관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재판은 김세윤 판결에 대한 재판”이라며 최씨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가 1심 논리를 그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비판했다. 특검이 여론에 편승해 독선적으로 최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기소했고 1심에 이어 항소심까지 여론의 압력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 변호사는 “정의롭고 용기 있는 역사적 판결을 기대했지만 기대에 그쳤다”며 “재판부의 판단과 변호인의 주장은 사법 역사에서 두고두고 재평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삼성의 영재센터 지원을 유죄로 본 것 외에는 1심 판결에서 거의 달라진 게 없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삼성 등 기업 총수, 최순실씨 사이에 ‘묵시적’ 공모 관계가 인정된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묵시적 공모 인정 여부인데, 박근혜 전 대통령과 기업 총수, 최순실씨 사이의 명시적 청탁은 없는데 묵시적 청탁 했다고 인정한 것은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묵시적 공모’ 인정이 합리적이고 엄격한 제약 없이 확대 적용된다면 무고한 사람을 많이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후삼국 시대에 궁예의 관심법이 21세기에 망령으로 되살아났다”, “묵시적 공모를 재판부가 배척하지 못한 것은 법리의 문제가 아닌 촛불 정권에 대한 사법적 용기가 부족한 탓”이라며 갖은 수사를 동원해 재판부를 비난했다.
이 변호사는 이날 최순실씨의 심리상태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미안함과 자괴감을 가지고 있다. 진실 여부를 떠나 이 모든 일이 자신으로 인해 일어난 것 아닌가 하는 그런 말씀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문석)는 24일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삼성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씨에게 징역 20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정청탁을 인정하면서, 벌금액은 1심 180억원보다 많은 200억원으로 늘었다. 추징 70억 5,281만원도 선고됐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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